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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캘리포니아의 일상/괜찮은 로컬 맛집들

맥도날드 형제의 못이룬 꿈을 만나다.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맥도날드 레스토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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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Oldest McDonald's @ Downey, CA


맥도날드 형제의 꿈, 오지지널 황금아치에서 느끼다 





글/사진 LA폴 




LA폴입니다. 미국을 찾는 여행자들이 관심을 가지는 것 중 하나가, 미국에서 시작된 브랜드의 1호점이 아닐까 합니다. 시애틀에 가면 스타벅스 1호점이 있는 것처럼 말이죠. 남부 캘리포니아를 대표하는 브랜드 중에선 맥도날드를 꼽을 수 있겠습니다. 맥도날드 역사에 대해 레이크록의 자서전 또는 영화 <파운더>를 보신분들이라면 이 브랜드의 역사 속에서 '맥도날드 형제(딕 & 맥)'를 기억하실 겁니다. 




맥도날드의 창립자로 보통은 레이크록을 떠올리곤 합니다. 오늘날 '맥도날드 코퍼레이션'이라면 아마 틀린말은 아닐겁니다. 하지만 맥도날드 그 자체로 본다면 맥도날드 형제가 뿌리라고 볼 수 있겠죠. 여기서 잠깐 맥도날드의 탄생 배경을 언급하자면 이렇습니다. 동부 출신인 맥도날드 형제는 1937년 몬로비아 공항 인근에 식당을 엽니다. 그러다 인구가 많은 지역인 샌버나디노로 1940년 이주를 하게 되죠. 당시 돈이 부족한 형제는 가게를 둘로 쪼개서 그래도 운반했다고 합니다. 당시 유행했던 드라이브 인 형태의 바베큐 식당은 주로 햄버거가 주된 인기 메뉴였죠. 1948년 형제는 잘나가는 가게를 무려 3개월이나 닫고 획기적인 발상을 합니다. 복잡한 메뉴를 다 지우고, 햄버거와 감자튀김 그리고 소다를 주력으로 내세웁니다. 주문 형태도 차에서 기다리면서 종업원에게 주문을 하는 형태에서 벗어나 차에서 내려 직접 걸어와서 주문하는 방법으로 바꾸죠. 여기에 지금의 패스트푸드 시스템의 원조라 할 수 있는 분업화된 조리 과정을 완성하게 됩니다. 주문 후 빠르게 나오는 햄버거, 일정한 맛, 언제 어디서나 쉽게 먹고 버리는 간편함까지. 사실상 지금 모든 패스트푸드가 여전히 유지하고 있는 기준을 만들어냅니다. 이들은 이것을 '스피디 서비스'라고 부릅니다. 


맥도날드 형제의 이 시스템은 소위 대박을 칩니다. 이들은 프렌차이즈에 대한 야망도 있었습니다. 브랜드 테마를 만들고 그것을 표현할 가게 디자인도 완성했습니다. 1953년 본격적으로 이들은 맥도날드 확장에 나섰고, 두 개의 'MM'이 의미하는 '황금아치'의 가치를 담아 네일 폭스라는 사람이 애리조나주 피닉스에 맥도날드 최초의 프렌차이즈 매장을 냅니다. 맥도날드 형제의 두 번째 프렌차이즈 매장은 1953년 8월, 캘리포니아주 다우니에 문을 엽니다. 여기 소개하려는 바로 이 매장이죠. 




몇개의 매장을 더 만든 이후 맥도날드 형제는 브랜드 가치를 유지할 수 있을 정도로 관리가 힘들다는 이유로 더 이상 프렌차이즈 사업을 원하지 않게 됩니다. 그러다 1954년 레이크록을 만나게 되죠. 레이크록은 당시 멀티 밀크쉐이크 기계를 파는 세일즈맨으로, 당시 한달에 1대 팔기도 어려웠던 기계를 무려 8대나 주문한 곳을 찾아 방문했다가 맥도날드 매장의 스피디 서비스와 그것을 만든 형제를 만나게 됩니다. 레이크록이 형제를 설득해 프렌차이즈 비즈니스의 포문을 열었고, 1955년 일리노이주 데스 플레인즈에 레이가 관여한 후 제일 처음으로 맥도날드 매장이 문을 엽니다. 사람들은 그곳이 맥도날드의 1호점으로 알고 있는 경우도 많아요. 어쨌든 맥도날드 형제는 자신의 이름을 딴 상표권 마저 뺏기게 되고, 레이크록은 맥도날드를 세계적 브랜드이자 왕국으로 만듭니다. 




레이크록은 어디를 가든 늘 자신이 맥도날드 사업을 시작한 년도로 '1954년'을 말합니다. 그가 맥도날드 형제를 처음 만난 그때죠. 레이크록은 아마 자신을 위주로 돌아가는 맥도날드의 역사 속에서 '맥과 딕 형제'의 그림자를 지우고 싶었을겁니다. 그러나 1953년 문을 연 다우니 매장은 어쩌면 그의 왕국에 반기를 든 생존자일까요. 레이크록의 맥도날드가 맥도날드 형제로부터 체인을 사들였을 때에, 이 다우니 매장은 맥도날드 형제와의 계약 때문에 레이크록의 새로운 맥도날드의 영향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레이크록이 추구하는 새로운 맥도날드의 방향 대신, 맥도날드 형제가 지키고 싶었던 전통과 가치를 그대로 담아냈죠. 





심지어 레이크록의 맥도날드는 이 다우니 매장에서 불과 반 마일 떨어진 곳에 새로운 맥도날드를 열어 이 매장을 위협하기도 합니다. 결국 1990년, 이 다우니 매장 역시 맥도날드 코퍼레이션에 넘어가게 됩니다.  1994년 LA인근 노스리지 대지진으로 이 매장 곳곳에 피해를 입었고, 맥도날드 코퍼레이션은 이 매장을 새로운 테마로 복원하려고 했다네요. 그러나 매장 자체가 역사 보존 목록에 올라가 있어서 원형 그대로 복구 구를 해야 했고, 약 2년에 걸쳐 지금의 모습으로 다시 태어났다고 합니다. 


사실 이런 역사를 알고 이 다우니 매장을 찾으면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1950년대로 돌아간 듯 한 느낌도 줍니다. 주문은 차에서 내려 카운터로 와서 시켜야합니다. 메뉴는 지금 맥도날드에서 파는 메뉴 그대로 시킬 수 있어요. 윈도우 넘어 종업원에서 주문을 하고 돈을 내면 됩니다. 눈으로 보는 모든 것은 1950년의 향수, 그러나 유리창에는 각종 딜리버리 앱 정보가 가득하네요. 음식을 받으면 매장 옆에 마련된 돔 형태의 식사 공간에서 즐길 수 있습니다. 그 안에는 작은 맥도날드 박물관도 있는데, 쓱 둘러보니 맥도날드 오리지널 매장의 모습과 함께 레이크록이 팔았던 멀티 밀크쉐이크 기계도 있네요. 






맥도날드 형제가 만든 샌버나디노 1호점을 가면 과거 데몰리션 후 다양한 우여곡절을 겪고 당시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그냥 1호점이니까 하는 기분 정도. 정말 맥도날드 형제가 그렸던 꿈, 그리고 그들이 만들고자 했던 브랜드 가치와 함께 패스트푸드의 기준인 스피디 서비스를 눈으로 볼려면 이곳 다우니 매장에 들려보면 됩니다. 형제의 꿈을 담은 황금아치, 그리고 형제의 얼굴로 만든 브랜드 로고. 2018년에 만다는 1950년대의 맥도날드, 그렇게 맥도날드의 역사를 눈으로 보며 배우고 있자니, 손에 든 빅맥 하나도 참 귀하게 여겨집니다. 




the Oldest Mc Donalds


10207 Lakewood Blvd. Downey, 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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