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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애틀과 포틀랜드

잠못드는 씨애틀 ④ 깊고 푸른 호수 - 레이크 크레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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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KE CRESCENT, WA 


호수와 폭포. 두 비경에서 힐링을...




LA폴입니다. 산이 좋은가 바다가 좋은가. 그 절충점은 아마 호수가 아닐까 싶네요. 이왕이면 깊은산과 바다같이 넓은 면적이라면 금상첨화. 캘리포니아에는 타호나 맘모스 등 이미 유명세를 타고 있는 호수가 많지만 오늘 소개할 곳은 조금 생소하고도 발길이 쉽게 닿지 않는 곳입니다. 지난번 허리케인 릿지를 소개할 때 언급된 워싱턴주 올림릭 내셔널 파크 주변에는 다양한 볼거리가 많습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크레센트 호수. ‘딥블루’라는 별명을 가질 정도로 깊고 푸른 호수로 유명한 이곳은 좀처럼 외지 관광객의 발길이 닿지 않는 곳 중 하나입니다. 공식적으로 기록된 호수의 깊이는 624피트, 워싱턴주에서 2번째로 깊은 수치라네요. 하지만 비공식적으로 전해지는 이야기는 깊이가 약 1천 피트에 달한다고 하는데. 그 깊은 호수의 참맛을 느끼러 떠나봅니다. 




  

크레센트 호수는 시애틀 다운타운에서 약 2시간을 달려 포트 엔젤레스(Port Angeles)에 도착한 뒤, 101 하이웨이를 따라 약 20여분을 더 달려야 합니다. 여기에 등장하는 101 하이웨이는 캘리포니아 주민이라면 익숙한 바로 ‘왕의길(엘 카미노)’ 하이웨이. 남쪽 기준으로보면 이곳이 101 하이웨이의 종착점이라고 볼 수 있는데 감회가 새롭네요. 무성한 숲 사이로 난 길을 따라 달려가면 햇빛에 비쳐 반짝이는 호수의 형상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지나치기 아까워 비스타 포인트에 차를 세워보고 한컷 담아봅니다. 올림픽 마운틴과 이어진 우뚝 솟아오른 산봉우리들이 병풍처럼 호숫가를 감싸고 은은한 물안개가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합니다. 찰랑찰랑 발끝으로 전해지는 호수의 손짓은 흡사 바다의 파도에서 느낀 익숙함이랄까요.



 

내가 자연에 들어간 것이 아니라, 자연이 나를 맞이하는 듯.


‘스톰킹 레인저 스테이션’ 주차장에 차를 대고 호수의 주요 부분들을 돌아봅니다. 그런데 차에서 내리자 호숫가 근처로 한무리의 사람들이 몰려있네요. 무슨일일까 궁금해 다가가보니, 좀처럼 보기 힘든 커다란 뿔을 자랑하는 사슴 한마리가 사람들의 시선도 아랑곳하지 않고 풀을 뜯고 있네요. 좀처럼 겁을 먹지 않는 이곳 짐승들을 보니 그들의 땅에 들어온 이방인 된 느낌. 이곳 레인저 스테이션은 방문자센터로도 활용되기에 주변 정보나 코스 등을 점검하기도 좋습니다. 물론 화장실도 인근에 있구요.







이곳을 따라 산길을 향해 약 1.5 마일을 올라가면 메리미어 폭포에 도착할 수 있습니다. 이곳 호수를 찾는 이유 중 하나도 바로 이 폭포라고 하네요. 마치 원시림을 걷는 듯한 느낌. 사실 이 숲이 생길때부터 지금까지 사람의 손에 의해 개발되었다고는 볼 수 없으니, 정말 그대로의 모습이 아닐까 합니다. 워싱턴주 특유의 거미줄 처럼 늘어진 나뭇가지들을 헤치며 저 멀리 어디선가 들려오는 폭포소리를 따라 무작정 걷습니다.  









영화 <아바타>에서 본듯. 몽환적 느낌의 폭포


계곡 위로 난 다리를 따라 건너면, 외나무 다리가 나옵니다. 그곳을 지나 올라가면 폭포 물소리가 더욱 선명해집니다. 이제 거의 다 온듯. 땀은 송골송골 맺히지만 기분은 점점 좋아집니다. 과연 저 나무숲 사이에 어떤 모습의 폭포가 우릴 기다릴까요. 발길이 점점 빨라집니다. 









90피트 높이를 자랑하는 이 폭포는 마치 판타지 영화에 등장하는 한 장면을 연상시킬 정도로 멋진 분위기를 연출해냅니다. 시원한 물줄기가 바위에 부딪히며 내는 청량한 소리는 한낮의 더위를 잊게 만드네요. 한참을 넋을 놓고 보고 있자니 정말 힐링이라는 것이 이런거구나라는 생각만 듭니다. 걱정과 근심, 그리고 부담스러운 것들을 잠시 동안 내려놓습니다. 






시원한 폭포를 보며, 돌아서는 발걸음이 점점 무겁습니다. 다시 산을 내려오는 길에 자꾸만 뒤로 고개가 돌아갑니다. 뭔가를 놓고 온 느낌. 다시 가서 문을 잘 잠궜나 라고 돌아봐야 할 것 같은 그런 무거움이 발길을 계속 무겁게 만듭니다. 그만큼 정말 좋다는 이야기겠죠. 캘리포니아에서는 보기 어려운 녹색 자연과 어울리는 깊은 물줄기. 다시 호숫가로 돌아왔지만, 잔상이 남습니다. 하지만 늘 아쉬울때 떠나는 것이 좋겠죠. 다시 호수로 내려와 선착장 앞까지 걸어서 들어가봅니다. 옥색빛 호수가 폭포보다 더욱 아름답게 느껴집니다. 




이제 호수를 떠나 크레센트 롯지로 향해봅니다. 이곳은 호수 방문자들을 위해 1914년에 세워진 오랜 역사를 가진 숙박 시설이라고 하네요. 그곳으로 열심히 차를 몹니다. 롯지의 참맛을 들고 다음 시간에 다시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시원한 호수와 폭포로 더위를 조금 식히셨나요? 시원하셨다면 공감 하나 꼭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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