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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포니아 도시 이야기/산, 섬, 사막, 호숫가 도시

영화 <마션>에서 본 그 화성의 모습 - 트로나 피나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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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라버린 호수 한 가운데에서 만난 투파(TUFA) ] 


적게는 1만년, 많게는 10만년 전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기암괴석들의 장관


TRONA PINNACLES@TRONA, CA 








화성에서 길 잃은 우주인을 다룬 영화 <마션>을 보고 난 후, 화성과 같은 우주 행성에 혼자 남겨졌다면 어떤 기분일까라는 상상을 해봅니다. 하지만 좀처럼 그림이 그려지지 않네요. 그런 곳에 한번도 가보지 못했기 때문이겠죠. 그래서일까? 캘리포니아에서 우주에 존재하는 행성과 가장 비슷한 환경을 가지고 있다는 어떤 지역을 찾아가는 발걸음이 무척 설레입니다. 로스앤젤레스에서 팜데일과 랭카스터를 지나 395번을 타고 북쪽으로 향하다 다시 178번을 만나 서쪽 방향으로 달리다 보면 샌버나디노 카운티에 속한 ‘트로나’라는 작은 도시를 만나게 됩니다. 트로나? 이름이 익숙하지는 않지만 낯설지는 않네요. 고등학교 때 지구과학이나 화학 시간에 ‘트로나’라는 이름을 가진 천연 탄산나트륨의 일종에 대해 들어본 기억이 떠오르지만 그 트로나가 이 트로나일까? 결론은 그 트로나가 맞습니다.




칼슘 카보네이트 덩어리

높게는 40미터가 넘는 것도


모하비 사막 줄기를 지나 트로나에 접어들면서 주변 광경이 점점 삭막하게 바뀝니다. 인터넷으로 보는 지도상에는 분명 ‘썰즈’라는 거대한 호수가 있는 것으로 나오지만 웬걸, 바짝 말라버린 땅덩어리에 하얀 소금가루 같은 것만 가득하네요. 나름 사람이 사는 것처럼 모여 있는 곳으로 가면 트로나 광물 회사가 있고, 이 회사에서 바로 주변에 널린 트로나를 채취해 원료를 만든다고 합니다. 트로나는 천연 탄산나트륨으로 고대 이집트에서는 인류 최초의 소다로 사용되기도 했다는군요.  


천연 광물이 가득한 이유는 바로 지질학적인 특징 때문이랍니다. 물은 바짝 말라있지만 해수면보다 약 550미터나 솟구쳐 오른 고지대에 속하는 이곳은 땅 속 아래 뭔가 뜨거운 것들이 솟구쳐 올라오면서 많은 광물들이 만들어낸 것으로 보입니다. 데스벨리 배드워터가 해저 86미터 아래로 땅이 꺼지면서 고인 물이 바짝 마른 것과 비교해보면 대조적이네요. 이런 이유로 트로나 지역에는 몇가지 특이한 자연적 조형물들이 존재하는데 대표적인 것이 바로 ‘트로나 피나클스’입니다. 트로나 시내에서 약 10마일 정도 떨어진 곳에서 만날 수 있는 피나클스는 포장도 되어있지 않은 길을 따라 한참을 들어가야 발견할 수 있습니다. 꼬불꼬불한 더티로드를 지나, 피나클스가 점점 가까워집니다. 이때 탄성을 내지르지 않는다면 자신의 심장이 뛰고 있는지 확인해 보셔야 합니다. 


▶ 저 멀리 투파들의 동산이 눈에 들어옵니다.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말 그대로 SF영화에서 늘 보던 어떤 외계 행성의 단편적인 모습 그대로 입니다. 바짝 마른 오지 위에 500여종이 넘는 바위들이 솟구쳐있으니 정말 감탄할 수 밖에 없습니다. 마치 거대한 가시 넝쿨 같은 모습에 살짝 겁이 나기도 하네요. 차를 세우고 가까이서 바라보고 있자니 그 모습에 또 한번 놀라움을 금치 못하겠네요. 그런데 어떻게 이런 키 큰 바위들이 생겨난 것일까요? 여러 설들이 있지만 약 1~10만년전 호수 바닥에서 끓어오른 마그마 같은 종류의 것들이 물과 만나면서 그대로 굳어지면서 물 아래 이런 모양들을 만들어냈고 후에 호수가 증발하면서 괴석들이 모습을 드러낸 것으로 보고 있다네요. 그렇게 만들어진 것들을 칼슘 카보네이트로 구성된 투파(TUFA) 또는 라임스톤이라고 하고, 모노 레이크에 형성된 것들과 유사종으로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트로나 피나클스의 경우가 조금 더 큰 높이를 지니고 있어 관람용으로는 가치가 더한듯 합니다. 지질학적으로 이들의 나이를 보통 1만1천에서 많게는 10만년 까지도 보고 있다니, 이곳에서 만나는 돌 하나하나가 정말 신기하게 여겨지네요. 



SF 영화 속 주요 단골 촬영지,

해가 질 무렵이 가장 멋있어 




왼쪽 아래 작은 집 모양이 유일한 편의 시설인 화장실입니다. 청결함은 생각보다 좋네요. 




화성에 남겨진다면 아마 이런 느낌이 아닐까요...





주변 환경이 이러한 탓에 피나클스는 SF 영화에서 우주 배경으로도 많이 등장했었다고 합니다. 유명한 <스타트랙>시리즈와 함께 <로스트인스페이스> 등 익숙한 영화에서부터 우주와 관련된 로컬 방송까지 두루두루 이곳을 찾은 모양이네요. 어떻게 알고 이런 오지까지 올까 싶지만, 도착하기 전부터 많은 사진작가들이 이미 주요한 포인트마다 사진으로 이곳을 담아내기 바쁘더군요. 투파들의 모양은 같은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위치와 크기에 따라 어떤 것들은 사람의 모양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곳 바위들은 하나씩 별명을 지니고 있다고 하는데, 한복 저고리를 입고 자식을 기다리는 듯한 엄마의 모습을 한 바위에는 엄마바위라는 별명을 붙이고 왔습니다. 

 

트로나 피나클스의 진면목을 보려면 해가 질 때라고 합니다. 석양은 이 곳을 붉게 물들이고 어두워져 가는 밤하늘에 별이 뜨면 영락없이 우주의 모습으로 펼쳐진다고 하네요. 신선한 산소와 중력이 있어 이동이 편할 뿐이지, 오후 4시의 피나클스는 점점 방문객을 도시로 내쫓듯 기이한 모습으로 변해갑니다. 



▶ 밤이 되면 이런 모습을 볼 수 있다고 합니다. PICTURE SOURCE = GOOGLE IMAGE. 




▶마치 한복 저고리를 입고 누군가를 기다리는 엄마의 모습. 그래서 엄마바위라고 제 맘대로 이름지었습니다. ^^


▶이 곳에 오려면 SUV가 필수입니다. 12월 우기 때에는 출입문을 막는다고 하니 잘 살펴보세요. 


이곳은 미국 자연공원을 관리하는 기관 중 하나인 BLM이 관리하고 있으며, 1968년에 투파 보존지역으로 선정됐다고 하네요. 겨울에는 엄청난 비가 내리기 때문에 입구를 폐쇄하기도 하니 주의하시길 바랍니다. 12월 방문객이라면 BLM 홈페이지 등에서 트로나 피나클스의 방문 일정을 한번 확인해보는 것도 좋겠네요. 캠핑과 관련된 시설은 화장실 외에 별도의 시설이 없기 때문에 모든 장비를 개인이 준비해와야 합니다. 자세한 정보는 BLM 웹사이트를 통해 얻을 수 있으니 미리 한번 꼭 살펴보세요. 


☞ BLM 웹사이트 http://www.blm.gov/wo/st/en.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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