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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운타운 로스앤젤레스/DTLA 푸드에 미치다

LA 차이나타운에서 만난 꽃피는 식당 - 블라섬(Bloss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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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SSOM, LA CHINATOWN

LA 차이나타운에서 만난 베트남식 전문점 





최근 로스앤젤레스에서 뜨는 맛집거리가 있습니다. 바로 LA 차이나타운이죠. 대체로 해외 자리잡은 차이나타운이라고 하면 올드하고 뭔가 전통적인 맛이 떠오릅니다. LA차이나타운도 사실 지난 몇십년동안은 낙후된 지역중 하나였고 식당이라하면 대부분 전통만을 고수하는 다소 접하기 힘든 입맛들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다운타운 로스앤젤레스가 최근 3-4년사이 맛의 지도가 바뀌는 과정에서 인접한 차이나타운 역시 새롭게 변모하고 있습니다. 고급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고, 비즈니스의 세대가 바뀌고. 무엇보다 중국의 부가 이쪽으로 몰리면서 빈땅과 건물을 가만 두지를 않습니다. 그런 곳마다 카페가 들어서고 맛집들이 생겨납니다. 하지만 눈여겨볼 것은 터무니없는 맛이 아닌, 전통을 고수하면서도 미국인들과 어울릴만한 새로운 메뉴와 깔끔함을 갖춘 디자인이죠. 오늘 만난 블라섬 역시 차이나타운에서 뜨는 식당 중 하나랍니다. 





차이나타운인데 Pho를? 



블라섬은 베트남 음식을 파는 식당입니다. 그런데 차이나타운에서 웬 베트남 음식이냐구요? 차이나타운은 사실 중국인들을 중심으로 형성되지만, 따져보면 범아시아권 상권이라고 보면 좋습니다. 그 중에서도 LA 차이나타운은 중국, 홍콩, 베트남, 대만 등 정말 다양한 민족이 한데 어울러져 있습니다. 그렇다보니 딤섬집 사이로 유난히 Pho 간판이 많고, 다운타운LA 인근에서 손꼽히는 Pho 전문점인 PHO87도 차이나타운에 있지요. 여하튼 베트남 음식점이라고 해서 실망은 하지 마세요. 블라섬은 차이나타운에서도 가장 차이나 같은 느낌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유는 블라섬의 위치 때문이지요. 


블라섬은 차이나타운 중에서도 상징적인 올드 차이나타운 한 가운데 자리잡고 있습니다. 가게 문을 열고 들어가면 오른쪽으로 개방된 창문을 통해 붉은 등이 걸려있는 거리가 한눈에 들어옵니다. 한참을 앉아있다보면 이건 분명 홍콩의 한 장면과 같습니다. 여기가 미국인지...잠시 잊게 된다는...







연한 돼지고기 삶은 것과 달걀이 함께 어울려져 나오는 PORK BELLY EGG NOODLE과 스프링롤 등을 시켜봅니다. 그 전에 시원한 베트남식 드립 커피도 주문합니다. 오렌지카운티를 중심으로 LEE'S 샌드위치라는 브랜드가 있습니다. 베트남식 생야채 샌드위치로 이 집에 파는 베트남식 달달한 아이스커피는 정말 콜레스테롤 상승치가 위험에 닿을만큼 단맛이 있죠. 블라섬에서는 그런 베트남식 커피를 조금 더 고급지게 마실 수 있습니다. 정통 드립방식이라고 할까요. 커피를 시키고 내리기 기다리는 동안 롤을 맛봅니다. 




  

베트남인들의 타운인 오렌지카운티에 웨스트민스터라는 도시에 가면 'Brodard'라는 식당이 있습니다. 지금까지 그집 롤이 젤 맛있는 줄 알았는데 블라섬식 롤도 무척 담백하고 쫄깃함이 살아있습니다. 짭쪼름하지만 땅콩 가루로 고소함을 살린 소스에 푹찍어 한입 배어물면 동행과 점점 말이 줄어듭니다. 내려진 커피를 시원한 얼음에 담아 한모금 쭉 빨아 올립니다. 휴...한낮 무더위는 물론 가슴 속까지 그 달콤함이 스며드는 기분입니다. 






메인요리가 나왔습니다. 지금도 저 돼지고기 삶은 덩어리는 잊지못할 맛입니다. 젖가락을 가져다대면 쫄깃하게 찢어집니다. 새우와 여러 야채와 고기가 들어간 누들볼은 육수를 넣어 먹어야 하는 착각이 들기도 하지만, 슥슥 비벼 돌돌말아 한입 넣어보니 재료 각각이 맛이 살아있습니다. 두 메뉴를 번갈아 먹으며 목이 막히도록 맛있을 때는 커피를 또 한입 베어 뭅니다. 맛있는 것들의 결합보다 행복한 것이 있겠습니다. 눈 깜짝할 사이에 메뉴들이 사라집니다. 



 

창밖으로 바라보니 어떤 가족이 멋진 이곳을 배경으로 추억을 남기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해가지는 무렵인지라 온통 붉은색으로 물든 동네에 노란 빛이 들어와 알록달록한 그림책 같은 분위기를 만듭니다. 다음에는 저 창밖에 앉아 포 한그릇을 즐겨도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주변에서 폭죽 터지는 소리도 들리고, 정말 차이나타운 다운 느낌이네요. 





딱 이 장면이 계속해서 머리에 남습니다. 샌프란시스코처럼 차이나타운이 많이 발전된 지역이 아닌 이상, 차이나타운은 정말 로컬들이 아니라면 쉽게 찾기는 어렵습니다. 특히 LA 처럼 갱과 폭력영화의 배경이 됐던 차이나타운은 더욱 그렇겠지요. 하지만 지금 차이나타운은 분명 많은 변화가 있습니다. 세대가 바뀌고 젊은 친구들이 들어와 비즈니스를 바꿔놓고 있습니다. 포화상태에 이른 다운타운LA의 먹거리들이 동서남북으로 뻗어나는지금 차이나타운에도 기회가 찾아오는 듯 합니다. 이번 주말에 지인들과 고즈넉한 분위기 속에서 포 한그릇 어떠실까요? 블라섬에서 이국적인 느낌과 맛을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BLOSSOM LA CHINATOWN 

451 Gin Ling Way, Los Angeles, CA 9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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