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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포니아 도시 이야기/오렌지 & 리버사이드 카운티

라구나비치 아트페어(Laguna Beach Arts Fai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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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의 라구나비치는 여느 때보다 조금 더 뜨겁다. 아트의 도시라는 별명이 가장 도드라지는 시기. 바로 ‘2012 페스티벌 오브 아츠(Festival of Arts)’가 작렬하는 여름 태양보다도 더 뜨겁게 이 도시를 달군다. 올해로 80주년을 맞은 예술 축제는 라구나비치의 자랑이자, 오렌지카운티 및 남가주를 대표하는 예술 전시회로 통한다. 라구나비치가 예술의 도시로 꽃피기 시작한 것은 지난 193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미국 경제 대공황의 역풍을 맞아 거리로 나앉게 된 남부 캘리포니아 예술가들은 돈벌이를 찾아 라구나비치로 옮겨오기 시작했다. 거리의 예술가들에게 이 지역 부유층들은 굉장한 후원가가 되었다. 문화적 갈증을 채울 필요가 있는 사람들과 예술로서 생계를 꾸려야 하는 사람들이 만나 서로 필요한 것들을 주고 받으면서 상생의 길을 걸었다. 가난한 예술가들은 생활고에서 탈피해 작품에 좀 더 몰두하게 되었고, 무의미한 삶에 지친 부유층들은 감성적인 목마름을 채워가며 도시는 예술로 물들었다. 분위기가 무르익자, 1932년 어느 여름에 이들 예술가들은 한데 모여 작은 예술 축제를 계획했고, 라구나비치 거리 곳곳이 그들의 작품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이것이 캘리포니아의 최초 오픈갤러리 중 하나로 대성공을 거두면서 매년 여름 라구나비치를 대표하는 행사로 자리잡아 80년이라는 역사를 지니게 된다.

 

 

(사진 위: 아트전시관 내부 중앙 홀, 아래: 전시작품 부스)


지난 7월 1일부터 시작된 ‘2012 페스티벌 오브 아츠’는 오는 8월 31일까지 러구나비치 파인아트전시관(Exhibition of Fine Arts)에서 펼쳐진다. 전시관까지는 오렌지카운티에서 5번 프리웨이 사우스를 탄 뒤 133번 프리웨이 사우스 방향을 따라 라구나 캐년 로드로 내려가다 보면 다운타운 라구나비치 초입에서 오른쪽에 자리해 있다. 1번 PCH를 따라 라구나비치로 온다면, 역시 다운타운 입구에서 왼쪽으로 133번 라구나 캐년 로드를 따라 진입한 뒤 조금 올라가면 왼편으로 보인다. 이 전시관은 라구나비치 예술가들의 염원과 애환을 담고 있다. 가난했던 예술가들이 재정적으로 부담을 덜게 되자, 1938년 지금의 전시관이 있는 자리에 전시관의 터를 닦게 됐다. 공식적인 개관은 1941년으로 기록돼있다. 그들은 더 이상 거리에서 물건을 팔지 않아도 되었고, 덕분에 작품의 질도 훨씬 높아졌다. 그로부터 30년이 지난 1960년대에 들어서면서 전시관은 보다 활발해지면서 페스티벌 기간도 지금처럼 6주로 늘어났다.
역사적인 장소의 입구는 겉보기에도 예사롭지 않다. 남부 유럽의 어느 저택에 선듯한 전시관은 은은한 조명과 함께 페스티벌의 분위기를 한층 높인다. 이 안에 140여점의 전시작품과 예술가들의 혼이 80년의 역사와 함께 숨쉬고 있다고 생각하니 입장을 주저할 수가 없다. 평일에 찾은 덕분에 성인 기준 7달러의 입장료를 낸다. 주말에 찾을 경우엔 성인 10달러, 학생과 시니어는 6달러의 입장료를 받는다.

 

 


입구로 들어서면 생각도, 표현도 다양한 순수 미술작품들이 눈앞에 펼쳐진다. 각 부스마다 독특한 형태의 전시 구조를 지니고 있어 무대 자체를 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움이 있다. 전시관 중앙에는 원형 잔디 광장이 있고, 이날 간이 무대 위에선 색다른 공연이 한창이다. 클래식과 현대음악을 섞어서 연주하는 선율이 이채롭다. 페스티벌에서는 매주 다양한 공연팀들이 재능을 뽐낸다. 방문하기 전에 미리 페스티벌 웹사이트를 통해 공연 시간과 팀을 확인해보면 관람의 재미를 더할 수 있다.
중앙 광장 한편에는 무료 와인 시음 코너가 마련돼있다. 무료로 제공되는 와인중에선 생각보다 값비싼 것도 있어 눈길을 끈다. 모두가 한 손에 와인 한잔씩을 들고 여유롭게 예술작품을 감상하는 모습이 이곳의 드레스코드다. 작품들은 모두 실제 판매가 가능한 것들로, 눈길을 끈다 싶으면 판매완료(sold out) 딱지가 붙어있다. 여러 작품 중 부스넘버 130번에 자리한 존 테일러(John Taylor)의 ‘노아의 방주’ 목재 모형은 성경에 기록된 그대로 축소하여 만든 점이 매우 놀랍다. 무엇보다 내부까지 정교하게 묘사해낸 것이 감탄을 자아낸다. 지역 갤러리에서 출품된 다양한 조각, 회화, 그리고 놀랍도록 기발한 수공예 작품들이 도무지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어떤 작품은 너무나 맘에 들어 구매할까도 했지만 3만달러라는 가격표가 또 한번 놀라게 한다. 한 전시 관계자에 따르면 2만달러가 넘는 작품들도 쉽게 행사 기간 동안 거래가 된다고 한다. 그만큼 이곳을 찾는 사람들의 수준과 씀씀이, 그리고 전시의 품질에 대해 의심할 여지가 없게 만든다.

 

 

(사진 위: 와인 무료 시음 부스, 아래: 노아의 방주를 재현한 John Taylor 작품)


전시관 뒤편에는 푸드 코트와 레스토랑이 자리해 가족단위 방문객들의 허기진 배를 달래기에 부족함이 없다. 그래도 여럿이 방문한다면 앉을 수 있는 간이 의자와 간식, 음료수 등을 챙겨오기를 권해본다. 라구나비치에서는 아트 페스티벌 동안 또 하나의 자랑거리인 소더스트 아트 페스티벌 앤 아트페어까지 동시에 즐길 수 있는 2012 패스포트(Passport)를 마련해두었다. 일종의 시즌 패스로 21.50달러를 내면 라구나비치내에서 펼쳐지는 아트 페스티벌을 일일이 티켓을 사는 번거로운 없이 편하게 즐길 수 있다. 또한 1시간 무료 주차 혜택과 각종 디스카운트를 얻을 수 있다. 소더스트 아트 페스티벌은 9월 2일까지 200여명의 예술가들이 참여해, 참가자들에게 공예나 전시 등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므로, ‘페스티벌 오브 아츠’와는 또 다른 재미가 있다.
어느덧 해가 저물고 라구나비치에 어둠이 찾아온다. 밤에 빛나는 태양이 따로 있다는 라구나비치. 그래서인지 밤에 피는 열기가 낮보다 훨씬 뜨겁다. 파인아트전시관은 8월 25일을 제외하곤 폐막일인 31일까지 오전 10시부터 밤 11시30분까지 불을 켜놓는다. 따라서 전시 시간에 구애 받지 않고 방문해도 될 만큼 여유가 있다. 문화적 갈증을 느끼는 이들과, 라구나비치의 본래의 모습을 보고 싶은 이들이라면 저녁 식사 후라도 라구나비치로 달려가보길 바란다. 그곳에서 일상의 스트레스를 문화적 치유로 달래보는 것은 어떨까?

문의:

라구나비치아트페어 웹사이트(www.lagunafestivalofarts.org),

라구나비치 2012 패스포트(www.lagunabeachpassport.com)


글|사진 폴 황(Paul Hwang)

 

아래는 라구나비치의 상징인 라이프가드 타워입니다!

해질 무렵에 라구나비치를 찾으신다면 꼭 한번 들러보시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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