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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포니아 로드트립/루트 66

[루트 66] 뜨거운 소금 사막 앰보이(AMBOY)에서 목을 축이다 - 로이스 모텔 앤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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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Y'S MOTEL & CAFE @ AMBOY, CA


한 때는 루트 66의 주요 휴게소. 지금은 옛 영광의 화려한 자취만 남아 





글/사진 LA폴 




LA폴입니다. 저는 요즘 미국인들의 버킷 리스트라는 '마더스로드(MOTHER'S ROAD)' 루트 66 로드트립을 틈나는 대로 다니고 있습니다. 물론 시카고에서 산타모니카까지 전 구간을 두루 섭렵하면 좋겠지만, 우선은 캘리포니아 구간부터 다녀보자는 생각에 시간이 날때마다 루트 66을 향해 차를 몹니다. 


이번엔 앰보이(AMBOY)라는 곳을 찾아갑니다. 앰보이는 루트 66을 따라 애리조나 니들스로 향하는 구간 중 중요한 기능을 담당합니다. 바로 주유소와 '카페'라 불리는 작은 수퍼마켓이 있다는 것이죠. 또한 앰보이에서 조슈아트리국립공원이 있는 트웬티나인팜스로 가는 샛길이 시작되는 곳이기도 합니다. 바로 교통의 요충지죠. 




여러 다른 볼거리도 있지만, 먼저 이 뜨거운 앰보이에서 숨을 좀 쉴 수 있는 로이스 모텔 & 카페에 들려봅니다. 로이스 카페이 역사는 지난 1938년으로 거슬러 올라 갑니다. 이 시설을 만든 로이 크롤은 당시 잘나가는 루트 66에서 꼭 필요한 주유 시설을 앰보이에 열었죠. 1940년대 크롤은 아들과 함께 사업을 넓혀 카페와 자동차 수리점을 비록 간단하게 하루 묵을 수 있는 시설도 마련합니다. 이들은 24시간 문을 열 정도로 비즈니스가 참 잘됐다고 합니다. 1950년대에는 이 작은 시설에 무려 70여명의 종업원이 있을 정도였다고 하네요. 당시 앰보이 타운 전체 인구는 약 700여명이었다고 하니, 로이스 카페가 지역을 먹여 살렸다고 해도 과언은 아닙니다. 





1959년에는 로이스의 상징이 된 네온 부메랑 사인이 서게 됩니다. 그리고 모텔 시설도 대폭 개선하게 됩니다. 그런데 1972년 루트 66의 코스와 거의 비슷하게 겹치며 캘리포니아 바스토우에서 애리조나를 잇는 40번 프리웨이가 개통하게 됩니다. 로이 크롤이 1977년에 사망하고 이후로 그의 아들이 계속해서 비즈니스를 이어가긴 했지만 앰보이 자체가 도시적 기능을 점점 잃게 되면서 그들의 비즈니스도 점점 쇠락의 길로 접어들었죠. 지역 비즈니스라고 하기엔 로이스 카페와 우체국, 그리고 주변 클로라이드(염소) 광산 노동자가 전부였다고 합니다. 


1995년 뉴욕 출신 사진가인 티모시 화이트가 로이스 모텔을 포함 앰보이 지역 전체를 장기 리스했고 2000년 2월에 타운 전체를 사들였습니다. 다행스럽게도 화이트는 계속해서 로이스에서 주유소를 운영하고 카페를 통해 글로서리나 기념품을 팔았죠. 화이트는 2003년에 앰보이 지역을 이베이에 팔려고 내놓기도 해서 화제를 낳기도 했습니다. 결국 타운은 2005년 자선사업가인 알버트 오쿠라에게 팔리게 됩니다. 오쿠라 씨는 로이스를 전성기 였던 그 당시 스타일대로 보존하고 복원하기를 원했죠. 오쿠라는 잘 알다시피 샌버나디노에 있는 오리지널 맥도널드 지점(지금은 박물관으로 사용)을 소유한 오너이기도 합니다. 






남가주의 역사를 보존하려는 그의 의지로 로이스는 새롭게 단장하고 2008년 4월에 다시 문을 엽니다. 수리와 복원에 10만달러를 썼다고 합니다. 그래서 주유소와 카페는 지금도 영업을 합니다. 무더운 이 앰보이 지역을 지나면서 시원한 콜라 한 캔을 마시고자 하면 로이스로 오면 됩니다. 비록 모텔은 문을 닫았지만, 내부를 열어 두어 지나는 방문자들이 안을 볼 수 있게 했습니다. 상당히 재미있죠. 






2013년에 앰보이 예술재단에서 퀵스타터 프로젝트로 로이스 네온 사진을 살리자는 일도 추진했다고 합니다. 화려한 영광을 거쳐 지금은 초라한 시골의 주유소와 마켓으로 전락했지만, 로이스 카페에는 멀리서 온 방문자를 위한 테이블과 의자가 반갑게 준비되어 있습니다. 길 건너 우체국도 분명 여러 사연이 있어 보입니다. 우체국 뒤로는 불타는 굴렁쇠가 걸려있네요. 용도는 잘 모르겠습니다. 해지는 노을을 보며, 카페 테이블에 앉아 시원한 애플 사이다 한잔을 마십니다. 





길 바닥에 새겨진 루트 66이라는 숫자는 미국인들의 꿈과 희망을 서부로 전하며 인생의 희노애락을 함께 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비록 저 같은 이민자의 문화는 아니지만, 미국을 이해하고 이 길에서 꽃피운 문화의 전성기를 누려보고자 한다면 출신에 관계없이 꼭 한번 달려보고 느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주루룩 흘러내린 땀을 식히며. 다음엔 6천년 전 거대한 화산폭발이 만든 앰보이 크레이터를 향해 봅니다. 이 작은 마을에 은근 볼 것이 많네요.     





ROY'S MOTEL & CAFE


87520 National Trails Hwy, Amboy, CA 92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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