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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포니아 도시 이야기/로스 앤젤레스 카운티

컬버시티(Culver C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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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ver City]   


때론 영화배우 처럼 



쩌면 1930년대에서 시간이 멈추기라도 한 것일까? 컬버 시티의 어느 한적한 골목길을 걷다 보면 주변을 둘러싼 복잡한 도심을 비웃기라도 하듯, 정적인 분위기 안에서 잠시나마 숨을 쉴 수 있는 여유를 발견한다. 과거와 현재가 어색하지 않게 공존하는 시각적인 효과. 멋있는 도시의 기준을 잡아보라고 하면 컬버 시티가 가진 매력만으로도 어렵지 않게 공식을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그 매력은 미국 영화 산업의 중심지로 서 오랜 세월 제 역할을 톡톡히 해내온 원동력에 있다. 도시의 설립자인 해리 컬버는 당초 컬버 시티를 교통의 중심지로서 만들고자 했다. 하지만 도시가 세워진 1917년 다음해인 1918년 토마트 잉스의 필름 스튜디오가 자리잡으면서 도시의 운명은 결정됐다. 그 운명은 바로 미국을 대표하는 영화, 텔레비전 제작 도시로의 역할이다. 





이어 자리잡게 된 MGM 스튜디오는 본격적인 영상 제작도시로서의 기능에 불을 지폈다. 영화산업을 대표하는 도시로 우리는 쉽게 헐리우드, 혹은 유니버설 시티를 떠올린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지만, 컬버 시티가 차지하는 비중 또한 상당하다. 본격적인 컬버 시티의 명성은 소니픽쳐스 스튜디오가 들어서면서부터 활기차게 쌓여왔다. 옛 MGM 스튜디오를 사들여 만든 소니 픽쳐스 스튜디오는 영화는 물론, <휠오브포츈>, <제오파디>와같이 우리에게 익숙한 다양한 게임쇼와 드라마 등 텔레비전 프로그램 제작 스튜디오로 활발하게 활용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소니 픽쳐스 스튜디오 투어는 유니버설 스튜디오와 더불어 지역을 대표하는 관광명소로도 유명하다. 유명한 방송 프로그램의 셋트장을 실제로 만나볼 수 있으며, 3D 제작 기법 등도 배울 수 있어 미국 영화 및 방송 제작의 노하우를 엿보려거든 좋은 기회를 잡을 수 있다. 영화 관계자들이 모여들고, 관련 종사자들이 생활의 기반이 되다 보니 다운타운은 자연스럽게 맛집과 멋집들이 즐비하게 됐다. 또한 도시 자체가 많은 영화의 배경 소재로 사용되다 보니, 지금까지도 그 흔적을 지우지 않고 보존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다운타운 컬버 시티 근처를 걷다 보면 눈에 낯익은 장소가 심심찮게 들어온다. 지금의 다운타운은 1990년대 리노베이션을 마치고 새단장을 거쳤다고 한다. 랜드마크인 컬버 호텔을 중심으로 한 다운타운 일대에는 유명한 레스토랑은 물론 펍, 카페가 즐비하다. 그 중에서도 컬버 호텔은 지역 명소인 만큼 한번은 들러 볼만하다. 1924년 지어진 호텔은 그 형태도 독특하거니와 스튜디오와 가깝다는 이유로, 많은 영화 배우와 관계자들이 애용했을 만큼 영화산업에서 나름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고 있다. 다운타운 동쪽 방향으로 자리잡은 수 많은 아트 갤러리와 레스토랑은 컬버시티 아트 디스트릭트로 통한다. 워싱턴 블러바드와 베니스 블러바드를 가로지르는 라 시에네가 블러바드를 따라 모여들어선 수많은 갤러리와 레스토랑은 컬버 시티의 자랑이다. 







다운타운 서쪽 방향으로 자리잡은 헴스 베이커리 건물에는 다양한 가구와 인테리어 소품 등을 파는 가게들을 만날 수 있다. 대체로 젊은이들이 모여드는 도시답게, 그들만의 랜드마크는 거대한 빌딩이나 호텔이 아닌, 타운 중간에 섬처럼 자리잡은 스타벅스라고 할 수 있다. 일부러 이 컬러 시티 스타벅스를 맛보러 오기도 한다는데, 사실 맛보다는 분위기를 즐기려 오는 것 같다. 밤이 되면 컬버 시티는 또 다른 모습을 연출한다. 거리 곳곳에서 흘러나오는 재즈 선율은 도시의 멋을 한층 돋보이게 한다. 컬러 시티에는 다양한 맛집도 즐비하다. 그 중에서도 미국 주류 언론에서도 자주 소개되고 있는 캘리포니아식 한식을 선보이는‘개나리’는 2008년 문을 연 이후로, 입맛 까다로운 컬버 주민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컬버 시티는 또한 한인들이 모여 사는 코리아타운에서도 먼 거리가 아니기에, 방문하기에 부담이 적다. L.A 한인타운에서 차로 워싱턴 블러바드나 베니스 블러바드를 따라 서쪽으로 향하다 보면 라 시에네가 블러바드를 지나면서부터 컬러 시티를 즐길 수 있다. 따스한 오후 햇살을 받으며 야외 테라스에서 즐기는 커피 한잔의 여유. 


마치 다운타운 자체가 하나의 스튜디오인 것 같은 착각. 가끔 옆 테이블에 앉은 이가 알고 봤더니 유명 인사인 경우. 또 재미난 무엇이 있을 것 같은 기대감, 이러한 것들이 오직 컬버 시티에서만 즐길 수 있는 특권임을 명심하자.








by LA Pa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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