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캘리포니아 도시 이야기/산, 섬, 사막, 호숫가 도시

카시타스 호수(Lake Casitas)

반응형

                                     


[ LAKE CASITAS ]

 

인공으로 만든 아름다움이 자연의 미와 비교가 될 수 있을까? 하지만 가끔은 예외도 있는 듯하다. 벤추라 카운티를 가로짓는 노스 파데라스 산맥에 수분을 공급하는 카시타스 호수는 사람이 만들었다고 보기엔 꾸미지 않은 미가 철철 흐른다. 호수의 첫인상, 푸른 산봉우리들 사이에 평온하게 자리한 거대한 물 웅덩이의 모습을 보고 있자면, 아주 오랜 시간 전부터 이렇게 숨쉬고 있었던 것처럼 여겨진다.

▲ 한국적인 느낌을 주는 호수의 전경.

코요테 크릭에 자리잡은 25만4천 에이커피트의 크기를 자랑하는 카시타스 호수는 벤추라 카운티의 식수원이자 이 지역의 홍수 조절을 위해 1959년 댐이 조성되면서 생겨났다. 그 때문에 카시타스 호수는 국립공원이나 주립공원이 아닌, 벤추라 수도국에서 관리를 담당한다. 그렇다고 까다롭게 사람의 출입을 막거나 하진 않는다. 수질 보호 차원에서 수영 등 사람이 직접 물에 닿는 것은 금지하고 있지만 보트와 낚시, 그리고 호수 인근 공원에서의 캠핑은 허용하고 있다.

카시타스 호수는 로스앤젤레스 한인타운을 기준으로 1시간10여분이면 도착할 수 있는 근거리에 위치한다. 노스 방향 101번 프리웨이를 타고, 벤추라 카운티에 접어든 뒤 39번 오하이 방향으로 달리다가 오크뷰에 이르면 카시타스 호수의 이정표를 만날 수 있다. 호수로 향하는 진입로는 로스 파드레스 산맥의 푸르름을 오른편으로 하고 왼편으로는 햇빛이 비쳐 반짝거리는 호수의 아름다움이 길을 돋보이게 한다. 이곳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자전거 무리들이 호숫가 주변을 따라 달리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당장이라도 차를 세워두고 달려가고 싶을 정도다.

입구에서 차 한대당 10달러를 내면 호수 출입이 가능하다. 보트를 가져왔다면 역시 10달러. 애완동물은 2달러를 내야 한다. 만약 캠핑을 위해 하루를 보낼 생각이라면 오버나잇 비용을 내야 한다. 그래도 캠핑은 25달러 정도로 부담 없는 가격, RV를 가져온 데도 35달러면 된다. 입장료를 내고 호수에 들어서면 어디서부터 돌아야 할지 고민하게 만들 정도로 밖에서 보던 것과는 달리내부 시설이 많다.

인디언 추장의 모습처럼 생긴 이정표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입구에 진입하고 왼쪽으로 차를 돌려 이벤트, 피크닉 장소 방향으로 향해본다. 캠핑장마다 고기굽는 냄새가 진동한다. 애완견과 함께 뛰노는 아이들, 그리고 낚시대를 손질하는 아버지와 아들들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보트들이 한데 모여있는 선착장에 도착하니 보트를 달고 온 픽업트럭들이 하나 둘 호수에 배를 띄우고 있는 모습들이 보인다. 바다에서 즐기는 요트와는 또 다른 멋이 느껴진다. 이곳 선착장은 사실 베스 낚시광들에겐 전설적인 지역이라고 한다. 이곳 카시타스에서 잡히는 거대한 베스는 깨끗하고 싱싱한 것으로 소문이 나있어, 항상 많은 낚시꾼들이 몰려든다.

▲ 보트들이 모여 있는 선착장.  

차를 세우고 선착장 오른편에 자리잡은 작은 카페에 들러본다. 주변으로는 낚시상점도 자리해 있고,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낚시대와 미끼를 손질하는 사람들이 가득하다. 이것 낚시상점에서는 보트나 카누도 대여 해준다고 하니 참고하면 좋다. 입구에서 부터 한쪽 벽면에 꽉 찬 사진 속 강태공들은 하나 같이 허리까지 오는 길이의 베스를 잡고 한껏 미소를 짓고 있다. 캘리포니아에 베스 낚시로 유명한 곳이 많다지만 카시타스에서 잡히는 것이 제일 손맛이 좋고 실하다고 한다.

옆 카페테리아는 주로 미국식 캐쥬얼 푸드를 판다. 간단한 샌드위치를 하나 사들고, 밖으로 나와 호수를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곳에 자리를 잡아본다. 바다를 보면서 음식을 먹는 멋도 나름 멋있다고 생각했지만 이렇게 잔잔하고 민물 냄새와 숲 내음 섞여 나오는 곳에서 맛보는 음식은 소화제가 필요 없을 정도로 맛있게 넘어간다.

한참을 먹고 있는데, 조금 놀랬던 것이 코요테의 등장이다. 이곳이 코요테 크릭이라고 한다지만 사실상 이름뿐 인줄 알았는데 실제로 많은 코요테들이 산에서 내려와 호수 주변을 어슬렁거린다고 한다. 아무래도 배가 고파서 사람들에게 먹을 것을 얻으려는 모양인데, 미국에서는 야생동물에게 먹이는 주는 것을 금하고 있으니, 주의하길 바란다.

해가 질 때쯤 호수는 또 다른 멋을 연출한다. 유난히 한국의 산들과 닮아 보이는 주변 경치 덕분인지, 잠시 동안 소양호나 대청댐에 온 듯한 느낌에 잡히기도 한다. 카시타스 호수는 식수원으로
사용되는 이유로 캠핑장이나 샤워장, 그리고 호수내 식수로 사용되는 물들이 정말 맛있고 깨끗하다. 손을 한번 씻어보면 뻣뻣하게 비누칠도 잘 안 되는 LA지역 물과 너무나 비교가 된다. 이런 세세한 것들이 카시타스 호수의 자랑이 아닐까 싶다.

비록 수영은 금지되어 있지만, 호수내에 따로 워터파크가 조성되어 있어 물놀이를 즐기려는 사람들에게도 카시타스 호수는 좋은 방문지다. 남자들이 낚시를 하는 동안, 주로 여자들과 아이들은 워터파크에서 즐거운 오후를 보내는 모습이 눈에 띈다.

LA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자리한 카시타스 호수. 이곳은 특히 84년 LA올림픽 조정 경기장으로 쓰일 만큼 적당한 유속과 잔잔함이 매력이라고 하니, 카누나 민물 보트를 즐기려는 사람들에겐 안성맞춤이다. 혹시 지금 독립기념일 휴일을 맞아 가족, 혹은 친구들과 캠핑을 떠나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면, 레이크 타호나 빅베어 같이 멀고 복잡한 곳보다는 한적하고 아늑한 카시타스 호수를 권해본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