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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포니아 도시 이야기/산, 섬, 사막, 호숫가 도시

산타 카탈리나 섬(Santa Catalina Isl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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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도 동남쪽 뱃길따라 200리에는 외로운 작은섬 독도가 있고, 로스앤젤레스 서남쪽 뱃길따라 80리에는 외로움과는 거리가 있는 화려한 카탈리나 아일랜드가 있다.

 
정식 명칭은 산타 카탈리나 아일랜드, 우리에게 익숙한 채널 아일랜드에 속한 여러 섬들 중 하나로 보통은 쉽게 카탈리나라고 부른다. 캘리포니아 태평양 연안에 자리잡은 채널 아일랜드 섬군 중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방문할 수 있도록 조성된 관광지이자, 원시 자연이 그대로 살아있는 카탈리나 아일랜드. 미국에서 즐기는 이국적인 느낌 때문에, 카탈리나 아일랜드는 서부 캘리포니언들에겐 언제나 동경의 대상이다. 그런데 괌이나 하와이처럼 가보기엔 쉽지 않은 곳과는 달리, 카탈리나는 일주일 전에만 마음 먹으면 당일로 찾아가 볼 수 있는 만만함이 있다는 사실.


그런데 사람들은 쉬운 사실조차 잊고 사는 것 같다. 카탈리나로 향하는 뱃길은 크게 세가지. 롱비치와 뉴포트비치, 그리고 데이나포인트에서 출발하는 페리를 이용할 수 있다. 로스앤젤레스에서는 다운타운 롱비치에서 출발하는 카탈리나 익스프레스(www.catalinaexpress.com)를 이용할 수 있다. 가격은 일반석 성인 기준 왕복요금이 약73달러이며 주중 내내 오전 6시15분부터 약 2시간 간격으로 배를 운행한다.

 
카탈리나 익스프레스는 지정좌석이 아니므로 창가쪽에 앉으려면 미리 줄을 설 필요가 있다. 배를 탄 뒤엔 카탈리나 아발론 항구까지 약 1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4-5명이 단체로 움직인다면 일인당 60달러 정도를 추가해, 일등석이라고 볼 수 있는 캡틴 라운지 전체를 빌릴 수도 있으니, 조금 색다른 여행을 생각한다면 미리 좌석을 예약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흐릿한 날씨속 롱비치 항구를 떠난 페리는 태평양을 향해 나아간다. 40여 분쯤 흘렀을까? 어렴풋이 보였던 커다란 섬이 손에 닿을 듯 가까워지고, 하늘은 언제 그랬냐는 듯 맑게 개어있다. 길이 22마일 폭 8마일의 섬에는 아발론과 투하버라는 두 도시가 있고, 그 중에서 아발론이 관광지와 함께 숙박시설을 갖춘 대표적인 도시로 통한다. 항구의 첫 인상은 남부 유럽 지중해에 자리한 어느 섬 하나에 온 듯한 느낌을 준다. 캘리포니아 해안과는 확연히 다른 에메랄드빛 바닷물이 안이 들여다보일 만큼 맑다.


사람보다 더 많은 요트들 사이를 지나 아발론의 자랑인 카지노 돔이 눈에 들어온다. 오렌지빛 원형 지붕으로 지어진 이 카지노는 카탈리나의 대표적인 관광지로 섬을 홍보하는 영상이나 사진에 꼭 빠지지 않는 장소다. 페리가 아발론 항구에 닿고 이제 카탈리나에 첫 발을 내딛는다. 항구는 전형적인 배산임수의 지형, 해발 2천피트의 산이 병풍처럼 둘러싸고 언덕마다 자리한 집들과 한가롭게 해변을 즐기는 사람들. 요트와 낚시 그리고 저 멀리 해변에서 승마를 즐기는 사람들도 엿보인다. 로스앤젤레스에서 1시간 정도 떨어진 곳에 이런 낙원이 있었다니, 하와이의 대리만족 정도로 생각했지만 오히려 기대 이상일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이제 어디로 가야하나? 도시 규정상 자동차의 운행이 100대 이상은 엄격하게 제한되었기에 마땅한 대중교통수단도 보이질 않는다. 설마 걸어 다녀야 하는 것은 아닐까? 아발론 항구 주변에는 섬 관광을 즐길 수 있는 다양한 패키지를 묶어놓은 상품이 많다. 당일로 이곳을 찾았다면 차라리 적당한 패키지를 이용하는 편이 좋을 수 있다. 대표적으로 사람들이 많이 찾는 것은 잠수함 관광. 반잠수함 보트를 타고 카탈리나 인근 바다속을 즐기는 코스는 색다른 경험을 건넨다.


정해 놓은 패키지 여행을 원치 않는다면 섬의 대표적 퍼스널 교통수단인 전기 카트를 이용하는 수가 있다. 카탈리나는 자연을 지킨다는 명목으로 외지인들의 자가용 출입을 막고 있으며, 현지인들도 대부분 전기 카트를 주 이동수단으로 활용한다. 1시간에 40달러 정도 하는 가격이 조금 부담되기도 하지만, 카트와 함께 주어지는 시내 관광용 책자를 들고 있자면 이제 어디든 갈 수 있다.

 

항구 전체가 내려다보이는 전망대를 향해 전기 카트를 몰다 보면 가는 곳곳마다 남부 스페인의 건축양식과 지중해풍 구름들이 한 폭의 그림 같은 조화를 이뤄낸다. 산 정상까지는 카트로 30여분이 걸리고, 카탈리나에 또 다른 도시 투 하버까지는 셔틀로 운영되는 섬 투어 관광 버스를 타는 것이 좋다. 산아래로 내려와 골목 골목에서 포즈를 취해 본다. 아발론 다운타운에는 크고 작은 기념품 가게와 식당이 즐비하다. 


카탈리나에서 대표적인 음식점을 꼽아 보라면 암스트롱 씨푸드 레스토랑이나 안토니오 피자를 권해 본다. 시간이 오후를 가리키면서 하늘빛이 이제 돌아갈 시간을 암시한다. 돌아가기 전에 항구의 자랑 카지노를 들러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이곳은 이름이 카지노지만 동네 주민들을 위한 퍼포밍 센터로 활용되고 있다. 마치 지중해에 자리한 궁전을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로스앤젤레스로 돌아가는 길은 깨끗한 원시대에서 복잡한 현시대로 되돌아 가는 타임머신을 탄 듯 느껴진다. 1박 2일로 왔다면 낚시나 해양 스포츠 등을 여유롭게 즐기면서 섬 전체를 돌아오는 코스도 괜찮다. 부담 없는 거리에 자리한 카탈리나 아일랜드. 여름 휴가를 생각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선택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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