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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포니아 도시 이야기/산, 섬, 사막, 호숫가 도시

킹스캐년(Kings Cany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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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계곡(King’s Canyon)으로 향하는 길은 톡톡히 이름값을 한다. 프레즈노를 떠나 한 시간 가량 달렸을까? 미 서부에서 가장 험준하기로 유명한 180번 하이웨이를 따라 달리는 동안 자동차 앞머리는 도대체 하늘 아래를 내려다볼 줄 모른다. 미국 본토에서 가장 높은 해발 4천4백18미터라고 하는 휘트니스산이 바로 이곳 킹스캐년에 자리잡고 있다고 한다. 백두산의 높이가 2천750미터라고 하니, 비교 자체가 불가능할 것 같다.


드디어 킹스캐년의 출입구라고 할 수 있는 빅스텀프를 지나 그랜트 그루브 빌리지에 도착한다. 이곳에는 카페, 우체국, 레스토랑, 그리고 다양한 숙박 시설이 자리해 있다. 공기부터가 아랫동네와는 다르다. 고도는 해발 2천8미터. 지형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계곡인 이곳에선 자연과 사람이 하나가 된다. 험준한 산을 오르기 위해 베이스캠프를 산 아래 마련하는 것처럼, 킹스캐년을 정복하려고자 한다면 대부분 이곳에서 숙소를 얻거나, 캠핑을 위한 준비를 한다.


킹스캐년으로 향하는 길목은 크게 두 갈래다. 198번을 타고 세콰이어 국립공원을 통해 들어오는 길과, 프레즈노에서 180번을 타고 킹스캐년으로 향하는 길이다. 세콰이어에서 올 때는 입구에서 통행료를 받지만, 180번을 타고 오면 이곳 그랜트빌리지에서 차 한대당 20달러 입장료를 내야 한다. 입장료는 구매 후 7일까지 유효하고, 개별적으로 자전거라던가, 트레킹 등을 위해선 10달러를 내고 엔트리 패스를 받아야 한다. 킹스캐년은 세코이어 국립공원과 공동으로 관리된다. 때문에, 시간적인 여유가 된다면 양쪽을 모두 둘러보는 일정도 좋겠다. 하지만 딱 하나 고르라고 한다면, 킹스캐년을 권하고 싶다. 바로 계곡의 웅장함 때문이다. 방문자 센터에서 계곡의 전반적인 계곡에 대한 내용을 보니, 지금 방문시기는 늦가을 시즌으로, 겨울 시즌이 시작되는 11월부터 내년 4월까지는 킹스캐년으로 향하는 주요도로가 폐쇄되고, 지금도 이미 시설 이용 시간이 단축 또는 폐쇄되는 시기라고 한다.


우선 180번 도로를 따라 킹스캐년을 차로 둘러보기로 한다. 한참을 올라오던 도로는 방문자 센터를 지나면서부터 내리막으로 변한다. 정신 없이 구불거리는 도로. 180번 도로라는 이름은 아마 180도 회전을 하듯 빙빙 도는 이 길에서 따온 듯 하다. 하지만 이내 1만5천년 빙하가 만들어놓은 장대한 협곡이 눈앞에 펼쳐지고, 시에라네바다 산맥의 웅장함이 보는 이로 하여금 한동안 숨을 멈추게 만든다. 줌왈트 메도우(zumwalt meadow)라는 곳에 도착한다. 이곳은 시더 그루브라는 지역으로 거의 180번 도로가 끝을 맺는 지점이다. 메도우라는 의미는 목초지를 말한다. 줌왈트 메도우 주차장 앞에 흐르는 물줄기를 따라 조금 내려가 보니, 웅장한 협곡 안에 초원이 펼쳐진다. 숨가쁘게 달려온 뒤 숨 좀 쉴 수 있는 여유가 느껴진다. 이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는 사자 울음소리가 난다는 로어링 리버(roaring river)와 그리즐리 폭포가 있다. 발을 담그기에는 이미 계절은 추울 정도로 변했다. 내륙이라면 모를까, 이곳에서는 패딩과 두꺼운 신발 등을 꼭 챙겨와야 한다.


왔던 길을 자동차로 거슬러오면서 흄호수(Hume lake)에 들러본다. 이곳은 북유럽 알프스의 어느 한 호숫가를 연상시킬 정도로 산과 물이 조화롭게 자리잡고 있다. 푸른 잔디와 맑고 깊은 호숫가 앞에 씨에라네바다 산맥들이 병풍처럼 웅장하게 둘러싸고 있다. 한 폭의 그림이 이보다 좋을 수 있을까? 흄호수에서 잠시 잔디에 누워 하늘을 보니, 운전의 피로도 답답한 일상도 그대로 내려놓을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랜트 빌리지에서 시더 그루브, 그리고 흄호수까지 둘러본다면 킹스캐년이 이렇게 생겼다고 까지는 알 수 있겠다. 당일코스로는 나쁘지 않다. 여기에 한가지 더해보자면 박물관 탐방이다. 킹스캐년과 세코이어 국립공원을 대표하는 자이언트 포레스트 박물관은 말 그대로 거대한 나무가 박물관 앞에 우뚝 솟아 있는 자연이 지은 박물관이다. 환타지 영화에나 나올 법한 배경을 뒤로하고, 박물관 내부에는 킹스캐년에 속한 나무종과 역사 등을 배 울 수 있게 구성해 두어서 아이들과 함께 찾는다면 좋은 공부가 될 수 있다.


이렇게 한나절이 지나간다. 오후 5시지만 주변은 이미 어둡다. 이제 곧 있으면 주요 도로도 통제가 된다고 한다. 당일 코스로는 나쁘지 않지만, 이 정도로는 킹스캐년의 20퍼센트도 채 못 본 것이라 여기면 된다. 나머지 80퍼센트는 등산화를 신고 킹스캐년의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는 것에서 채워진다. 숙박을 하고자 한다면 킹스캐년 국립공원 홈페이지에서 캠핑장의 조건과 위치 등을 확인 할 수 있다. 숲속에서의 하룻밤을 조금 멋지게 보내고 싶다면 킹스캐년 중간 즈음에 자리한 킹스캐년 랏지(lodge), 겨울시즌이 아니라면 시더 그루브에 자리한 랏지도 나쁘지 않다.

킹스캐년 랏지에는 특이하게도 오래된 펌프 이용해 기름을 넣을 수 있는 주유소가 있다. 이 지역에는 주유소들이 없기 때문에 중간에 기름이라도 떨어지면 낭패를 본다. 그 때문인지 이곳 주유소에선 최소 6갤런을 무조건 넣어야 하는 반강제적인 판매가 이뤄지지만, 나름 엔틱한 분위기에 대한 값으로 여기면 좋겠다. 미국 환경운동가 존 뮤어의 이름을 따서 지어진 존 뮤어 랏지도 나쁘지 않다. 이곳은 특히 방문자 센터가 자리한 그랜트 그루브에서 멀지 않아, 생필품 구입이나 편하게 쉬다가 오기에 알맞다. 특히 개별적으로 독립된 오크 산장도 갖추고 있어 신혼부부들에게도 인기라고 한다.

킹스캐년을 떠나면서 아쉬운 부분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다음번에는 베낭과 등산화를 신고, 1주일 정도 여유 있게 왔으면 좋겠다. 인스턴트 커피 믹스와, 크래커도 꼭 챙겨야겠다. 킹스캐년을 방문하기 제일 좋은 시즌은 여름. 그렇지만 늦가을과 초겨울도 알싸하게 변한 공기에 온 몸이 시원해진다. 곧 겨울이 오면 시더 그루브 지역까지는 통제가 되지만, 그랜트 그루브 지역이나 흄호수 정도는 접근이 가능하기에, 한 겨울 눈내리는 산장에서의 하루를 보내고자 한다면 킹스캐년으로 떠나보자. 마치 영화속 주인공이 된 듯한 장면에 빠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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