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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포니아 도시 이야기/센트럴 코스트 캘리포니아

산타이네즈 밸리(Santa Yne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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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와인을 찾아 떠난 두남자 이야기<사이드웨이> 사진 구글

 

중부 캘리포니아에는 남가주 혹은 북가주에서 느낄 수 없는 고유의 멋이 있다. 그것은 바로 기후와 자연이다. 그래서 누군가로부터 캘리포니아에서 가장 하늘이 맑고, 태양이 따뜻한 곳을 추천해 달라고 하면 중부 캘리포니아를 권한다. 이곳에는 하늘이 높고, 태평양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풍성한 산림과 만나 공기조차도 달콤하게 만든다. 심지어 과일도, 야채도, 모든 작물이 뛰어난 당도를 지녔다. 그런데 중부 캘리포니아라고 하면 대게 알려져 있기를 산타바바라 정도를 대표적으로 생각한다.

물론 바닷가에 자리한 산타바바라도 좋지만 중부 캘리포니아의 진면목을 느끼려거든 그보다 안쪽으로 가보라고 권하고 싶다. 그곳엔 산타이네즈(Santa Ynez)밸리가 있다.

노쓰 101번 프리웨이를 타고 산타바바라 도심을 지날 때쯤 만나는 154번 하이웨이. 캘리포니아 스테이트 하이웨이라는 이 도로를 따라 오른쪽으로 우뚝 솟은 로스 파드레스 산맥을 넘어가면 저 아래 산타바바라가 한눈에 들어올 만큼 멋진 장관이 펼쳐진다. 그러다 산을 완전히 넘게 되면 방금과는 또 다른 뷰가 펼쳐진다. 물감을 풀어 놓은 듯 새파란 하늘과 노랗고 초록으로 물든 들판. 평화롭게 언덕을 뛰어오는 말과 들소들. 이런 곳에 호수가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만큼 커다란 카츄마 호수. 유채 풍경화 한 폭 속으로 달려가는 듯한 착각 아닌 착각을 일으키는 이곳은 분명 여느 캘리포니아에서 볼 수 있는 풍경이 아니다.

246번 미션 드라이브 길로 접어들면서 산타이네즈 밸리가 펼쳐진다. 넓게 펼쳐진 와이너리의 향과 여유 때문인지 이 풍경을 빠르게 지나친다는 것이 무척이나 아쉽다. 흔히 와인하면 북가주의 나파밸리나 소노마 지역 등을 떠올린다. 그런데 사실은 이곳 산타 이네즈지역이 훨씬 역사가 깊다고 한다. 와인 전문가들 사이에서 중가주 와인은 비교적 알코올 함량이 비교적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이곳 와인은 향이 진하고 취기가 금새 달아 오르는 것으로 유명하다. 와인 애호가 들을 설레게 만들었던 영화 <사이드웨이>의 영화속 배경 대부분이 이곳 산타이네즈 밸리였다는 것도 새삼스러운 일이 아닌 것 같다.

이곳에는 두 개의 유명한 도시가 있다. 덴마크 마을로 알려진 솔뱅과 로스올리보스가 있다. 솔뱅은 많이들 다녀왔을 것이고 로스 올리보스는 조금 생소할지 모른다. 그런데 와인 애호가나 이곳 자연을 배경으로 사진을 주로 찍는 사람들은 로스 올리보스 방향으로 뻗은 폭슨 캐년 로드를 이 지역 최고의 명소로 꼽는다. 폭슨 캐년 로드 주변으로 이 지역 유명 와이너리들이 즐비하다. 와인도 와인이지만, 끝도 안보이게 펼쳐진 포도밭들이 장관을 이룬다.

이곳에서 만난 폭슨 와이너리는 앞서 언급했던 와인 애호가들을 설레게 했던 영화 <사이드웨이>에 등장했던 그곳이다. 이곳 와이너리들은 대부분 10달러 내외면 시음을 할 수 있다. 포도밭을 거닐며 손으로 직접 포도를 만져보고, 와인을 숙성시키는 오크 통나무들을 구경하는 것도 색다른 추억이다. 특히 자전거를 타고 이 지역 와이너리를 돌 수 있는 프로그램도 관심을 둘만하다. 이 지역의 역사, 그리고 생성 과정 등을 둘러 보려거든 산타이네즈 밸리 역사 박물관에 들러 보자. 아주 작아서 박물관이라고 부르기가 조금 어색해도, 내실은 알차다. 특히 초기 정착민들이 이 지역을 어떻게 일궈왔는지 보여주는 일대기 등은 작은 박물관을 뛰어넘는 대서사시를 보여준다.

 


이 지역은 대부분 지중해성 기후인 탓에 포도도 잘 자라지만, 지중해를 대표하는 특산물인 올리브도 쉽게 만날 수 있다. 란초 올리보스라는 농장을 들르면 싱싱하고 맛있는 올리브를 저렴한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어 많은 이들이 찾는다. 시즌에만 판매되는 것이 아니라 일년 내내 수확한 것들을 만날 수 있기 때문에, 싱싱한 올리브유나 잼 등을 구매하고 싶다면 방문해 보길 권한다.

하루 종일 녹색과 하늘색, 그리고 지평선만 보고 다니다 보니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이곳을 떠난다고 생각을 하니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다. 저녁엔 근처 솔뱅에 들러, 덴마크식 팬케익인 애블스키버와 함께 진한 커피 한잔을 해본다. 해가 지면서 온 들판이 붉은 빛으로 물든다. 혼자 보기엔 아까운 이 아름다움은 오직 이곳에서만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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