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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포니아 도시 이야기/로스 앤젤레스 카운티

말리부(Malib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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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포니아에 내놓으라 하는 해안도로가 많다지만, 말리부 만큼 달콤함을 연출하는 코스도 드물 것이다. 해안선을 따라 병풍처럼 펼쳐진 말리부 캐년을 배경으로, 고급 저택과 프라이빗 비치가 조화를 이룬다. 입이 떡 벌어질 만큼 화려한 경치나 규모를 전해주지는 않지만, 자연과 어우러진 소박한 운치가 있고 여유가 느껴진다.

영화 <아이언맨>의 집으로 유명한 말리부. 실제 그 집은 존재하지 않는다...

보통은 말리부를 찾을 때 산타모니카를 거쳐서 1번 하이웨이를 타고 달려나가곤 한다. 하지만 말리부의 진정한 매력을 하나하나 찾고자 한다면 405번 프리웨이를 거쳐 웨스트 선셋 블러바드를 타고 여정을 시작하기 바란다. 유명한 바와, 극장, 그리고 화려한 레스토랑으로 대변되는 선셋 대로는 말리부에서 그 여정을 마친다. 숨을 고르는 도로의 끝 자락에서 말리부의 첫 볼거리인 ‘레이크 쉬라인’을 만나게 된다.

레이크 쉬라인은 크리야 요가를 서양에 전파한 장본인인 파라마한사 요가난가가 만든 명상처다. 포근하게 자리잡은 호수와 풍차, 주변 분위기 모두는 찾는 이의 정신을 고요하게 만든다. 자칫 명상과 요가라는 포커스 때문에, 어느 특정 종교의 장소로 오해하기 쉽지만, 이곳은 어느 종교를 믿든 누구나 와서 자기만의 기도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배려해놓았다. 입구에서부터 기독교, 유대교 등 5개 종교의 상징을 세워둔 것도 이를 증명한다. 호수를 따라 걷다 보면, 성경 ‘누가 복음’의 말씀 등을 새겨놓은 게시판도 눈에 띈다. 또한 이곳은 유명 인사들이 자기만의 시간을 보내며 영감을 얻는 장소로 사랑 받아왔다. 앨비스 프레슬리가 무척이나 이곳을 자주 찾으며 정신을 달랬다고 하고, 세계의 철학자 마하트마 간디의 재가 봉헌되어있기도 하다.

레이크 쉬라인에서 빠져나와 다시 선셋 대로를 타고 조금만 내려가면 바로 1번 태평양 하이웨이와 연결된다. 그 교차로에서 우회전을 하면 본격적인 말리부 비치가 눈앞에 펼쳐진다. 절벽과 바다. 그 오묘한 궁합이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루트는 운전의 재미를 더한다. 5분여를 달려서 도착한 곳은 말리부의 자랑인 ‘게티 빌라’다.

부자 동네의 마트는 무엇인가 다르다

게티 센터는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 보통은 UCLA를 방문하거나 산타모니카에 들르면 한번쯤 찾아가보는 명소다. 게티 빌라는 게티 센터의 원조라고 볼 수 있다. 본래 장 폴 게티의 소장품을 다루기 위한 개인 박물관은 게티 빌라였다. 하지만 1997년 브렌트우드에 거대한 게티 센터가 지어지고 나서는, 빌라는 주로 그리스, 로마 유적을 남겨둔 고대유물박물관으로 성격을 바꿨다. 그렇다고 해서 게티 빌라가 내용이 소홀하거나 볼 것이 없다는 것은 아니다. 저택은 로마 시대 건축 양식을 따라서 설계됐다. 기둥으로 둘러 쌓인 내, 외부 정원이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한 장면을 연상시키고, 다양한 당시 유적을 통해 생활상을 엿볼 수 있어 교육적인 차원에서도 방문할 가치가 있다. 단 걸어갈 수도 있는 게티 센터와는 달리, 오직 자동차나 버스 등을 이용해 올라가야 하고 방문 전 반드시 인터넷으로 무료 티켓을 신청해야 한다.



게티 빌라를 나와서 다시 1번 하이웨이를 따라 노스 방향을 향해 차를 몬다. 로스앤젤레스 인근 낚시꾼들에게 인기가 높은 말리부 피어가 모습을 드러낸다. 지난 1995년 폭풍 피해로 잠시 문을 닫았던 피어는 2008년 6월에 레스토랑과 피어 클럽을 갖춘 모습으로 새 단장을 마쳤고, 지금은 젊은 연인들이 자주 찾는 인기 있는 데이트 장소로 탈바꿈했다. 이번에는 피어에서 조금 떨어진 말리부 컨트리 마트를 찾아간다. 말리부는 대도시와는 조금 떨어진 지역에 위치하므로, 주민들 대부분은 여기 컨트리 마트 주변에서 필요한 것을 사고, 시간을 즐긴다. 더 그루브 몰이나 아메리카나 몰만큼 화려한 건물 양식은 아니지만, 입점한 브랜드나 인테리어 등을 살펴보면 역시 부자들을 타깃으로 있음을 알 수 있다. 이곳에서 말리부의 유명한 CRUMBS 컵케잌이나 유기농 커피 등을 즐기고 있자면 마치 이 동네 주민이 된 듯한 여유에 빠지게 된다.

말리부 가는 길에 빠지면 섭한, 게티 빌라

조금 더 1번 하이웨이 노쓰 방향으로 자리를 옮겨보면 우뚝 솟은 기동이 눈길을 끄는 페퍼다인 대학을 방문할 수 있다. 페퍼다인 대학은 1937년 기독교 신자인 조지 페퍼다인에 의해 문을 연 4년제 대학으로써, 지난해 미국내 대학 서열에서 사립 기독계 계열로서는 듀크, 포담에 이어 3위를 차지한 명문대학이다. 페퍼다인 대학 잔디 공원에 오르면, 말리부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시원한 뷰가 인기다. 파란 건 하늘이고, 푸른 건 잔디뿐인 이곳에 서면 여기가 캠퍼스인지, 리조트인지 애매하기만 하다.

이렇게 멋진 해변 도시에서는, 누구나 바다가 보이는 멋진 저녁식사를 꿈꾼다. 말리부에는 여러 개의 선셋 레스토랑이 즐비하다. 하지만 그 중에 하나를 꼽으라면 파라다이스 코브에 자리한 비치카페를 들 수 있다. 페퍼다인 대학에서 다시 1번 하이웨이 노쓰로 향하면 그리 멀지 않은 곳에 파라다이스 코브가 있다. 이곳은 프라이빗 비치로, 그 안에 비치 카페라는 70년 역사에 이르는 식당이 자리잡고 있다. 해변과 식당이 거의 같은 위치에 놓여있어서, 모래사장에 앉아서 주문한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해가 질 때쯤 찾아간다면, 환상적인 노을과 함께 맛있는 저녁을 할 수 있다. 이곳에서는 보스톤식 크램차우더와, 샘플러라고 불리는 해물 모듬이 인기를 끈다.

그 중에서도 해물 튀김요리인 핫 샘플러가 나름 괜찮다. 식사를 하고 맨발로 비치를 걸으면서 가벼운 디저트를 먹고 있자니 왜 사람들이 말리부로 몰리는지를 알 수 있겠다.  이제 해가 어느덧 지고 있다. 계속해서 올라가면 만날 수 있는 주마 비치나 말리부 캐년 드라이브 및 트레일도 여행 계획으로 손색이 없다. 주일 예배를 마치고 한적하게 다녀올 곳을 찾는다면, 말리부는 조용한 가운데, 가족 혹은 친구들과의 시간을 맛있게 보낼 수 있는 최고의 장소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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