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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캘리포니아의 일상/괜찮은 로컬 맛집들

설악산보다 높은 산속마을 초콜렛 가게 - 엘 부엔 카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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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 BUEN CACAO @ IDYLLWILD, CA


설악산보다 높은 산속 마을에 자리한 달콤한 초콜렛 가게 



글/사진 LA폴




LA폴입니다. 남부 캘리포니아를 대표하는 산속 마을 중 아이들와일드라는 곳이 있습니다. 제 블로그에 자주 소개되어 이제 좀 익숙한 분들도 계실테지만, 여전히 아이들와일드라고 하면 어디에 있는지 잘 모르시는 분들도 많은 것 같네요. 아이들와일드는 로스앤젤레스에서 약 90마일 동쪽으로 떨어져 있고, 샌하신토 마운틴 정상 약 6천피트 이상 높이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샌하신토 마운틴은 팜스프링스 아울렛 등을 갈때 병풍처럼 우뚝 솟은 산인데, 케이블카 등으로도 유명하죠. 얼마전 방문한 아이들와이들에서 참 재밌고 맛있는 가게를 하나 발견했습니다. '엘부엔카카오'라는 초콜렛집. 온두라스에서 직접 가져온 카카오를 갈고 가공해서 핸드메이드초콜렛을 만드는 집이죠. 정말 이런데 가게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작고 아담하지만, 불과 몇달 사이 입소문이 타는지 방문객이 늘고 있다고 하네요. 공장에서 찍어나오는 밋밋한 달콤함이 아닌, 손으로 직접 갈아만든 칼칼한 초콜렛이 땡길때. 엘부엔카카오로 한번 떠나볼까요?




아이들와이들에 도착하면 작은 타운이 있습니다. 이름은 다운타운이지만 시골 읍내 느낌? 그래도 예술을 사랑하는 도시잡게, 다양한 갤러리와 수공예품 전시관이 골목마다 가득합니다. 노스 서클 드라이브(North Circle Dr.) 초입에 보면 아이들와일드 빵집이 하나 있고, 그 가게 사이로 보이는 작은 골목을 따라 들어가면 엘부엔카카오가 나옵니다. 동네가 크지 않지만 안쪽에 자리한 이유로 잘 찾아보셔야해요. 가게의 첫인상은 뭐랄까 무척 친근합니다. 테라스에는 옹기종기모여 핫초콜렛을 마시는 이들도 눈에 띄고 카카오빈을 다루는 다양한 툴이 놓여있네요. 집보다 눈길을 더 끄는 것이 벽화(사진 위) 인데, 센트럴 아메리카의 카카오를 잘 표현한 그림을 보고 있자니 어딘가 전문가의 손길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실제 이 그림과 가게에서 파는 소품 등은 지역 디자이너의 작품이라고 하네요. 






 

가게를 시작한지 이제 1년이 조금 넘은 관계로 아직 뭔가 어수선한 느낌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가운데 젊은 사장님의 열정이 남다릅니다. 카카오에 대한 깊은 이해와 함께 우리가 먹는 초콜렛이 왜 올개닉 카카오로 된 것을 먹어야 하는지 등 꼼꼼한 설명도 놓치지 않네요. 중미 특유의 비비디한 컬러로 치장된 건물 외벽은 무척 따뜻하고 신선하게 다가옵니다. 카카오빈을 그대로 담은 포대자루와 실제 빈을 밖에 놓아두어 손님들이 직접 볼 수 있도록 만들었네요. 뽀드득 뽀드득 소리가 나는 나무 바닥을 밝아가며 카카오의 여러 모습들을 둘러봅니다. 그리고 가게의 작은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 봅니다. 




"카카오로 만든 수제 초콜렛을 직접 맛보다. 멀리서 찾은 이들과 인생 이야기도"


가게 문을 열고 들어서면 정말 작습니다. 카카오로 열심히 초콜렛을 만드는 모습을 모두 공개할 정도로 품질에 자신감이 비칩니다. 손님들은 좁디좁은 긴 바에 앞에 앉아 있지만 다들 불평이 없습니다. 오히려 서로 어디서 왔으며, 초콜렛에 관한 이야기들을 나누는 모습이 참 정겹네요. "엘에이에서 왔어요"라고 하니, 어떤이는 샌프란시스코에서 왔다고 합니다. 어떻게 그 멀리서 여기를 알고 왔을까요? 




이 집의 재미는 저기 어린 사장님이 아닐까 합니다. 어른 아이가 말도 또박또박 예쁘게 잘하며 손님들과 이야기를 나눕니다. 달콤한 초콜렛집에서 사는 어린 공주가 참 부럽기도 합니다. 아직 메뉴는 다양하지 않지만, 시원한 아이스 초콜렛라떼를 시켜봅니다. 그리고 직접 판매하는 초콜렛과 방금 만든 것들도 시식을 해봅니다. 가공하지 않은 초콜렛이라 쓰지 않을까 싶지만, 웬걸로...달달하면서 목안 가득 조여오는 그 깊은 맛에 절로 미소가 지어집니다. 


 

엘부엔카카오는 지역 예술가들과 함께 다양한 문화행사도 활발히 펼칩니다. 지난번에는 갤러리를 빌려 초콜렛과 그림 등을 함께 전시하는 행사도 가졌다고 합니다. 그리고 초콜렛을 만드는 법을 배우고 싶은 이들에게도 가게는 오픈 마인드로 다가섭니다. 요즘 커피 배우는 것에 푹 빠져 있긴 하지만, 초콜렛을 한번 배우는 것도 좋은 생각인 듯 합니다. 처음에 왜 이런 산속에 초콜렛 가게가 있을까라는 궁금증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가게를 나서면서 든 생각은, 이렇게 예술을 사랑하는 마을에 꼭 어울리는 먹을거리라는 것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로스앤젤레스까지 약 2시간 거리지만, 돌아가는 발걸음이 무척 달콤합니다. 오는 주말에 나른함을 깨워보고 싶다면, 아이들와일드로 한번 향해보시면 어떨까요?



EL BUEN CACAO 

54200 N. Circle Dr. Suite D1, Idyllwild, CA 92549

www.elbuencaca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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