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력적인 도시, 볼티모어에서 만난 작지만 강한 매력을 지닌 리오.
나의 첫 볼티모어 로드트립
글/사진 LA폴
로스앤젤레스가 연일 100도가 넘게 들끓었던 지난 주, 동부의 항구도시 볼티모어로 향하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습니다. 볼티모어에 대한 기대는 사실 그렇게 크지 않았습니다. 범죄율이 높고 날씨는 습하며, 거기가면 볼 것 없다고 말하는 주변 지인들이 그렇게 많은지 몰랐습니다. 그렇지만 그 누가 만류해도 아마 저는 떠났을 겁니다. 9월초 볼티모어의 날씨는 평균 70도를 보이고 있었으니까요.
약 5시간을 날아 드디어 볼티모어/워싱턴 국제 공항에 내립니다. 사실 동부의 여러 주요 도시를 제외하고 조금 뜬금없이 볼티모어로 온 이유는 기아자동차에서 새로 선보인 리오(RIO)라는 소형차를 타볼 기회가 생겼기 때문인데요. 리오는 개인적으로 지난 2017 뉴욕오토쇼에서 처음 만나봤을 때 '차가 참 야무지게 생겼다'라는 느낌이 들 정도로 개인적으로는 신형 모델에 거는 기대가 컸습니다. 마침 볼티모어에서 리오를 타고 로드트립을 해볼 수 있다기에 이곳에 왔지요.
볼티모어는 메릴랜드주에서 가장 규모가 큰 도시로 패탑스코 강이 도시 안쪽으로까지 들어와 흐르는 아주 매력적인 도시랍니다. 야구를 좋아하는 이들에겐 베이브 루스의 고향으로 유명하다고 합니다. 공항을 떠나 볼티모어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하는 이너 하버(INNER HARBOR)로 향합니다. 이곳은 분위기가 10년전 스웨던에 갔을 때 받은 그 첫인상을 다시 되새겨 줍니다. 벽돌로 지은 단층 건물이 강 주변을 따라 서있고 바닥 또한 잘 닦인 아스팔트가 아닌 울퉁불퉁한 블록들이 깔려있어요. 정말 스웨던 예테보리와 같은 느낌이랄까. 주변 경치에 취하며 한참을 지나다보니 제가 머물게 될 SAGAMORE PANDRY 호텔에 도착합니다. 근데 이 호텔, 첫인상이 뭔가 쎄보입니다. 역시나 나중에 호텔 이야기를 조금 더 할 기회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원래 경찰서 자리에 지은 호텔이라고 합니다.
다음날 아침, 상큼한 비가 내리는 볼티모어에서의 두번째 날이 밝습니다. 벽돌 건물과 바닥이 물에 젖어 사방이 촉촉합니다. 호텔 바로 옆으로까지 들어온 강은 비가 내리자 요동치기 시작. 저 멀리에선 이 강을 따라 반대편으로 가는 수상택시도 눈길을 끕니다. 아침 풍경이 빠르지 않고 여유롭네요. 수상택시를 타고 출퇴근을 하는 이들을 보고 있자니 미국의 여느 거대 도시들에서 느낄 수 없는 이국적인 멋도 느껴집니다.
호텔 앞에는 약 20여대의 리오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그 중에 하나를 골라야 하는데, 날씨가 아주 좋았다면, 어쩌면 그린 컬러를 타보고 싶었을지도. 하지만 이렇게 비가 오는 날에는 웬지 더 반짝일 것 같은 은색을 타봅니다. 빨강을 탈걸 그랬나... 먼저 리오를 한바퀴 쭉 둘러봅니다. 여러 트림이 있는데 그중에서 EX라는 트림은 상위 등급에 속합니다. 그래서 웬만한 것을 다 달고 있다고 하네요. 단단하고 야무진 것이 이 도시가 주는 느낌이랑 어딘가 비슷하기도 합니다. 이전 리오는 좀 동글동글한 스타일로 기억하는데, 신형은 더 넓고 낮고 길어졌다고 합니다. 그만큼 공간도 넓네요. 안으로 들어서니 일목요연하게 잘 정리된 서랍장처럼 군더더기가 없네요. 가운데 보이는 디스플레이 모니터는 마치 하늘에 떠 있는 듯한 느낌을 주기도. 시트도 허리를 잡아주는 능력이 뛰어나고 소형차 치고는 시야도 좋네요. 이제 키를 돌려 리오의 시동을 겁니다.
보통 미국 중부나 남서부 도시를 여행할 때엔 SUV를 빌리곤 합니다. 지형 특성상 오프로드를 갈일도 많고 무엇보다 큰 차를 좀 타야 운전이 편한 이유들이 있습니다. 반면 동부를 가면 전 해치백과 같은 작은차를 빌립니다. 도심에서의 주차도 그렇고 뭔가 동부 도시에서는 작은 해치백이 사람을 스마트게 보이기도 합니다(나만 그런가?). 볼티모어 이너 하버의 골목골목을 따라 리오를 움직입니다. 그냥 스쳐가는 골목마다 아 여기 차 세우면 좋겠다라는 곳들이 너무나 많네요. 신형 리오에는 풀옵션을 넣어도 네비게이션이 달려 나오지 않습니다. 그 대신에 요즘 유행하는 애플 카플레이나 구글 안드로이드 오토를 연결할 수 있게 했네요. USB 케이블을 통해 내 스마트폰과 차를 연결하면 디스플레이 모니터에 해당 기기가 제공하는 앱이 뜹니다. 저는 애플 카플레이를 이용해서 네비게이션을 작동해 봅니다. 완벽한 연결. 네비게이션은 물론 내 폰안에 있는 음악도 차량 스피커를 통해서 들을 수 있으니 참 좋네요.
도심을 지나 83번 프리웨이로 접어듭니다. 낯선 곳에서는 운전을 할 때 신경을 많이 쓰게 됩니다. 게다가 비까지 내리고 있으니 스티어링 휠을 잡은 두 손에 힘이 더 들어가네요. 그런데 이번 리오, 이 스티어링 휠 두께와 가죽 커버의 질감이 상당히 좋습니다. 두 손에 꼭 들어오는 사이즈에다 두툼하기까지. 고급 스포츠카를 모는 느낌이랄까요. 그 넘어로 보이는 계기판은 시인성이 좋고 연비나, 주행거리 등 필요한 주요 정보는 가운데 디스플레이 창을 통해 알려주네요. 하이웨이를 따라 계속해서 올라다가 한적한 시골길로 빠집니다. 동부 지역 로드트립에서 기대하는 것 중 하나가 숲이 울창한 그런 시골길을 한번 달려보는 것인데요. 역시나 복잡한 프리웨이를 벗어나자마자 목장과 숲 길이 보입니다.
오솔길 같은 곳으로 차를 달려 내리는 비를 잠시 피하고, 리오도 한번 멋을 내봅니다. 비 내린 흐린 초가을 날씨에 울창한 나무숲길에서 반짝이는 은색 리오는 정말 남다른 매력을 풍기네요. 아주 비싸고 좋은차는 아니지만, 그래도 혼자만의 동부 지역 로드트립을 위해선 정말 좋은 선택으로 보입니다. 여러 길 이름 중 기억에 남는 곳이 OLD YORK RD. 이 길을 따라 달리다보면 유난히 해바라기 꽃밭과 거대한 옥수수밭이 좌우로 펼쳐집니다. 날씨가 조금 더 좋았다면 아마 저 해바라기들이 한껏 멋을 뽐냈을텐데요. 작은 아쉬움을 뒤로하고 계속해서 차를 달립니다.
점심을 위해 들린 THE MANOR TAVERN 레스토랑은 지난 1750년부터 비즈니스를 했다고 합니다. 이곳은 다양한 뱅큇과 디너 그리고 승마를 즐길 수 있다네요. 지역에서는 꽤 유명한 명소이기도 합니다. 누가 메릴랜드를 간다고 하니 꼭 블루크랩을 먹어보라고 신신당부를 합니다. 비록 블루크랩은 아니더라도 크랩케잌으로 한번 맛을 대신해봅니다. 볼티모어의 자랑 중 하나인 크랩케잌은 잘 으깬 게살이 나오고 여기에 빵을 더해서 샌드위치 또는 버거 스타일로 즐깁니다. 맛은 좀 짜다고 예상했지만 생각보다 달콤하고 쫀득하기까지 합니다.
한적한 시골길을 반나절 달리고 이제 다시 볼티모어로 향합니다. 구불구불한 시골길에서 작은차라 불안하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했지만 제법 코너마다 제법 안정감있게 돌아나갑니다. 기어레버 주변 손이 많이 닿는 곳에 자리한 여러 수납공간도 만족할만한 수준. 무엇보다 평평하게 접으면 제법 큰 공간이 나오는 트렁크도 여행 다니기에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자연을 떠나 다시 복잡한 도시로 들어가는 중에도 운전에 따른 스트레스가 비교적 크지 않네요. 안락한 시트와 함께 도로 소음과 진동을 억제하는 부분도 눈길을 끕니다. "도대체 너 소형차 맞아?"라는 질문을 한번 던져보기도. 리오의 외관은 다시 도심으로 돌아오니 한결 빛이 납니다. 유럽풍 느낌을 주는 이너 하버 주변을 달리다보면 정말 리오와 어울리는 곳들이 많네요. 모든 것을 다 사진에 담을 수는 없지만 그래도 단층 건물들 사이로 폼을 잡아보기도 합니다.
동부 여행은 주로 뉴욕을 중심으로 다니다보니 저에겐 볼티모어는 첫 번째 방문지이기도 합니다. 물론 아주 짧게 들려본 여행이기에 이 도시의 모든 것을 알게 됐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다른 어떤 단어보다 참 '매력'적이다라는 표현은 아끼고 싶지 않네요. 정말 나중에 알게 된 이야기지만 도시마다 가진 별명 중 볼티모어는 'CHARM' 이라는 표현을 가지고 있다네요. 처음에 기아 리오를 왜 볼티모어에서 탈까라는 의심을 하게 됐지만, 여러 이유를 알고나서는 '매력적인 도시에 매력 가득한 작은 자동차'는 너무 기막히게 어울립니다. 한번 더 오고 싶은 볼티모어. 다음에 또 이 도시를 방문하게 된다면 그 때도 리오를 꼭 여행 파트너로 함께하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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