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스엔젤레스 예술의 거리(Art District Los Angeles) ]
한국의 홍대앞 거리와 비슷한 느낌. LA시가 야심차게 추진 중인 다양한 예술 갤러리 즐비, 독일식 소세지 전문점, 파이홀 등 다양한 먹거리와 함께, 포커토 등 코지한 상점도 가득. 리틀도쿄 상권과 마주해 볼거리 풍성.
천사의 도시, 로스앤젤레스의 또 다른 별명은 아마 예술의 도시가 아닐까 싶다. 영화와 음악, 그리고 금방이라도 터져버릴 것 같은 창작의 열정이 이 도시 곳곳에 숨어있다. LA의 예술은 강하다. 고흐나 세잔느의 고귀함? 혹은 미술사적 가치를 논하는 예술보다는 그 자체로 살아있고 꿈틀대는 현장감, 그리고 틀을 거부한 행위 자체에 중심을 둔 퍼포먼스 성격이 짙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LA를 대표할만한 이런 작품들은, LA를 대표하는 미술관인 LACMA나 MOCA, 그리고 게티등에선 찾아보기 어렵다. 그렇다면 어디로 가야 할까?
LA다운타운에는 알라메다 스트리트를 기준으로 리틀도쿄 지역과 마주보며 닿아있는 구역이 있다. 그곳엔 아기자기한 리틀도쿄와는 사뭇 어울리지 않는 공장과 창고들이 한데 몰려있다. 한눈에 봐도 별로 달갑지 않은 모습들. 때론 음침해 보이기도 한다. 그런데 골목 골목을 들여다보면 호기심을 유발하는 벽화와 야외 조각품 등이 발길을 이끈다. 이곳이 바로 LA만의 예술을 맛볼 수 있는 ‘아트 디스트릭트(ART DISTRICT)’다.
이 지역은 다운타운과 경계를 맞대고있고, 가까이 유니온 스테이션이 있는 탓에, 상업용 창고나 공장 등이 밀집하면서 형태를 갖춰왔다. 그러던 것이 1970년대 말부터, LA지역 예술가들이 빈 창고나 공장 건물 등을 스튜디오나 갤러리, 다양한 용도의 창작 공간으로 활용하면서 모여들기 시작했고, 1981년 LA시가 거주용으로 이 지역을 승인하면서, 본격적인 예술가들의 지역으로 탈바꿈하기 시작했다.
지금도 냉동창고나,가구공장, 물류창고 등이 훨씬 많아 보이지만, 그런 창고들 주변으로 로프트 스타일의 고급 콘도가 자리해 있어 특이한 조합을 이룬다. 알라메다 스트리트 웨스트 쪽으로 3가 입구에 차를 대고, 예술가의 거리를 걸어본다. 쉽게 위치를 설명하자면, 리틀도쿄에서 성업중인 한인마켓인 우리마켓 바로 맞은편에서부터 관람을 시작해보면 좋다.
제일먼저 아트폼스튜디오라는 이색적인 작은 가게가 눈길을 끈다. 이제는 추억이 되어버린 음악을 담고 있는 레코드 (LP)판을 가게 앞에 전시해놓고 실제로 판매를 하고 있다. 미국에서도 구하기 어려운 희귀앨범 등도 엿보여 흥미롭다. 음반가게인줄 알았는데, 이곳은 놀랍게도 미용실이다.
3가를 따라 안으로 들어가면 트렉션 애비뉴와 만나는 지점부터 가게들이 눈에 들어온다. 아무래도 리틀도쿄와 가까워서 인지, 스시와 일본식 퓨전 요리집들이 제일먼저 반긴다. 트렉션 애비뉴길에서 오른쪽으로 돌아서면 붉은색 벽돌 건물과 곳곳마다 그래피티 벽화가 그려진 건물들이 즐비하다. 유럽의 어느 뒷골목에 온 느낌일까? 방금 한국에서 찾은 방문객이라면, 어쩌면 신사동 가로수길과도 비슷한 느낌을 받을 것 같다.
트렉션 애비뉴 길에는 대표적인 지역 맛집이 자리해 있다. 첫째로 다운타운에서 가장 맛있는 파이를 판다는‘파이홀’카페가 눈길을 끈다. 보라색 꽃이 만개한 커다란 나무 아래 자리한 파이홀은, 그날 만들어진 파이가 다 팔릴 때 까지만 영업을 한다. 모던한 인테리어와, 두툼한 나무 테이블, 커다란 잔에 담겨 나온 아메리카노와 멕시칸초콜릿파이의 궁합이 오늘의 분위기와 어울린다.
파이홀 건너편에는‘wurstkuche’라는 독일식 소시지 전문점이 자리해 있다. 독일말로도 소세시 키친이라는 의미인데, 종류도 다양한 소시지와 함께, 독일식 조리법으로 만들어주는 덕분에, 친구들끼리 모여 친목을 다지고, 야외테이블에 앉아 점심한끼를 해결하는 모습 등 이 눈길을 끈다.
다시 트렉션 애비뉴에서 왔던길로 되돌아와서 3가를 만나 오른쪽으로 돌아나가면, 스패니시 무어 스타일로 지어진 일본인 성당과 그 맞은편에‘포케토’라는 액세서리 숍이 자리해 있다. 이 집은 지역 예술가들이 만든 티셔츠나 지갑 등을 팔고, 일본이나 한국 등에서 가져온 파우치나, 문구류 등을 팔고 있어 독특한 것들을 찾는 미국인들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이 길을 따라 계속 내려가면, 사우스게리 스트리트를 만나는데, 이 길엔 초대형 그래피티 벽화들이 자리해 있어, 광고나 영화, 뮤직비디오를 찍거나, 아마추어 영상 작가들이 늘 방문해 작품배경으로 사용하곤 한다. 3가의 끝자락에는 독특한 건축 양식으로 리모델링된 건물들이 눈길을 끈다. 산타페 애비뉴를 만 나 오른쪽으로 걸어가다 보면 대형 디스플레이로 전시된 다양한 생활도구나, 인테리어 등이 눈길을 끄는데, 이곳은 건축하는 사람들에겐 유명한, 남부캘리포니아 건축학교다.
길 끝에서 4가를 만나 다시 다운타운 방향으로 걸어오면서 휴잇트 스트리트까지 와본다. 여기서부턴 다소 지루한 공장지대가 이어지는데, 이런 배경으로 사진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반가운 분위기로 보인다. 휴잇트 스트리트엔 아트쉐어LA라는 갤러리가 자리해 있고, 미리 스케쥴을 챙겨보면 괜찮은 작품 전시도 볼 수 있다.
이 길에는 작은 간판만 내건 스튜디오와 갤러리가 유난히 한데 모여있다. 그래서인지, 거리를 걷는 이들의 패션과 스타일은 사뭇 달라 보인다. 이길은 다시 트렉션 애비뉴와 만난다. 지친 발길을 잠시 쉬어가려면 트렉션 애비뉴와 휴잇트 스트리트가 만나는 곳에 자리한 노엘카페도 나쁘지 않다.
아트디스트릭트는 지금 또 다른 변화의 기로에 서있는 듯하다. 무엇보다 리틀도쿄가 한인 비지니스의 새로운 장이 되면서, 이곳 아트디스트릭트에도 젊은 한인 예술가들의 진출이 엿보인다. 자연스럽게 한국식 모던 카페나, 패션숍도 예상해본다. 유동인구는 어떨지 몰라도, 이곳 사람들의 스타일상 한국스타일이 어울릴 것 같다.
LA의 구석구석에는 이처럼 재미난 지역들이 숨어있다. 멀지도, 부담스럽지도 않은 이곳에서 오후 한나절을 보내보는 것은 어떨까? 단, 이곳에 오려거든 한여름에도 스카프 하나 정도는 걸치거나, 나름 패션에 포인트를 줘야 하는 것을 잊지 말자. 그와 같은 소소한 재미, LA 아트디스트릭트에서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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