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ETRO LINK WEEKEND TRAVEL ]
단돈 10달러로 떠날 수 있는 여행 상품이 있다? 그것도 남부 캘리포니아의 멋진 해변을 바라보며 떠나는 해안선 기차여행? 도대체 정체가 뭘까. 10달러 여행의 비밀을 알고 싶다면 돌아오는 토요일 하루를 비우고 로스앤젤레스 유니온 스테이션으로 달려가보라. 남부 캘리포니아 철도의 중심인 유니온 스테이션은 암트랙, 메트로레일, 메트로링크 등 다양한 노선이 한데 묶이는 교통의 요지.
이 중에서 주목할 것이 바로 메트로링크(MetroLink)다. 이 노선은 남가주 내 주요 카운티를 잇는 핵심 교통망으로 손꼽힌다. 평일에는 출퇴근 수요를 감당하며 제 역할을 톡톡히 해내지만, 주말이 되면 ‘통근’용에서 ‘레저’용으로 사명이 바뀐다. 비밀은 바로 위크엔드 프리패스. 10달러를 내고 티켓을 구입하면 하루종일 메트로링크는물론 메트로레일 전 노선을 무료로 환승, 이용할 수 있어 최근 로컬 여행객들 사이에서 소리소문 없이 인기를 끌고 있다.
자 그럼 어떤 노선을 이용해볼까? 주말에 타는 메트로링크 노선 중에서 오렌지카운티 라인(사진 위)을 주목해보자. 유니온 스테이션에서부터 샌디에고 카운티에 자리한 오션사이드까지 이어지는 라인은 암트렉으로 떠나는 태평양 연안 노선과 대부분 일치한다. 이 때문에 암트렉을 타지 않아도, 기차안에서 바닷가를 보며 달리는 아주 멋진 경험을 할 수 있다.
날씨도 화창한 토요일 이른 아침. 유니온 스테이션 메트로링크 전용 티켓 판매기에서 표를 구입하고, 오전 8시50분에 출발하는 메트로링크 오렌지라인 열차에 오른다. 메트로링크는 암트렉처럼 자리 이동에 불편함이 없다. 암트렉의 경우, 한번 앉은 자리에서 검표를 하면 다른 자리로 옮길 때에 늘 차표를 좌석 위에 붙여놓고 옮겨야 한다. 햇볕이 잘 드는 2층 자리로 올라간다. 메트로링크는 2층과 단층, 그리고 자전거 등을 실을 수 있는 전용 칸 등을 갖추고 있다. 좌석도 역방향 고정식 또는 순방향 이동식, 그리고 테이블을 갖춘 단체석도 있다. 먼저 앉는 것이 임자니, 서둘러좋은 자리를 꿰차도록 하자.
덜컹이며 기차가 움직인다. 다운타운 LA가 저 멀리 달아나듯 떠나가고 어느덧 주변 풍경은 오렌지카운티의 단아한 주택가들로 바뀐다. 기차는 부에나팍, 풀러툰, 애너하임 등을 거친다. 애너하임 엔젤스 구장도 보이고, 산타아나 역은 스페인의 옛성처럼 멋진 외관이 눈길을 끈다. 약 1시간 정도를 달려 기차는 샌후안 카피스트라노 역에 도착한다. 이곳은 돌아오는 길에 잠시 내려 들러보기로 한다.
이 역을 지나면서부터 이제 본격적인 해안가 풍경이 펼쳐진다. 기찻길과 해변이 손 한뼘 정도의 거리로 보인다. 창문에 기대 넋을 놓고 보고 있자니 파도가 기차안으로 들이칠 것 같다. 돈을 주고 살 수 없는 것들이 있다면 아마 지금 이 풍경이 아닐까? 기차는 철도와 바닷가가 가장 가까이 붙어있다는 샌클레멘테피어 역에 잠시 정차한다. 미주한인들에게 이곳은 한국 동해안에 자리한 ‘정동진역’이라는 별명이 붙어있다. 바다와 가장 가까이 붙어 있다는 정동진역 만큼, 이곳 샌클레멘테피어 또한 못지않은 장관을 연출한다.
해변에 누워 여유를 즐기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이제 기차는 종착역인 오션사이드로 향한다. 샌 오노프레 근처를 지날 때면 원자력 발전소도 가까이 볼 수 있다. 화려한 요트들이 정박해 있는 오션사이드의 선착장을 지나 이제 종착역에 발을 디딘다. 시계를 보니 오전 11시 언저리를 지난다.LA에서 약 2시간 정도가 걸렸다. 밝은 태양과 갈매기의 울음소리. 하얀색으로 물에 비치는 오션사이드 피어에 도착하니 또 한번 놀라운 광경이 펼쳐진다. 좀처럼 피어 끝이 보이질 않는다. 캘리포니아에서 가장 길다는 이곳의 피어는 약 600미터의 수치를 자랑한다. 실제로 보니 바다 한가운데로 너무나 길게 뻗어나간 모양이다.
첫발을 피어로 옮기며 태평양 안으로 점점 들어가본다. 이곳은 낚시꾼들에게 소문난 명소라고 한다. 그 때문인지, 미끼를 파는 상점과 함께 정말 많은 강태공들이 주변으로 모여있다. 이들에게 물고기나 미끼를 얻어먹으려는 펠리컨이나 갈매기 무리도 재미난 볼거리다. 피어를 벗어나 이번엔 해변에 앉아 푸른 태평양의 향기를 맡아본다. 배가 조금 출출하다면 해변 가까이에 자리잡은 다운타운에 들러 서핑 푸드들을 먹어보자. 타코, 핫도그, 그리고 다양한 샌드위치 전문점이 오션사이드에는 즐비하다. 그 중에서도 오션사이드 피어 커피(Pier Coffee)집은 꼭 한번 들러보길 바란다. 오션사이드에서 LA로 출발하는 막차는 오후 5시30분에 있다. 하지만 이곳에 오래 머물지 않을 계획이라면 2시50분에 출발하는 메트로링크(샌버나디노 라인)를 타고 샌후안 카피스트라노 역을 찾아가 보자.
약 오후 3시 30분경에 도착한 샌후안 카피스트라노는 오션사이드와는 또 다른 재미를 안겨준다. 이곳에는 캘리포니아의 스물 한 개의 미션 중 일곱 번째에 해당하는 미션이 자리해있다. 미션의 보석이라는 별명답게 아름답고 역사적인 외관을 자랑한다. 해마다 봄이 되면 이곳에는 제비 축제도 열리는데, 실제로 산란을 위해 남쪽으로 가는 제비들이 중간에 쉬어가는 안식처이기도 하다. 성당을 둘러보지 않는다면, 기찻길 옆 오솔길을 따라 숲 속에 자리한 다양한 갤러리나 맛집을 들러보자. 이 길의 이름은 로스 리오스. 여기에는 커피 하우스와 함께 엔틱 소품을 파는 상점도 있다. 히든 커피하우스와 티하우스는 로스 리오스를 대표하는 마실거리로 통한다. 울창한 나무숲길 사이를 걷다가 때때로 기차가 들어올 때면 귀를 찢는 듯한 경적이 들려온다. 무척이나 이색적인 분위기다.
이곳에서는 기찻길에 올라 사진을 찍을 수도 있다. 그래서인지 유난히 사진 작가로 보이는 이들이 많다. 현대적 캘리포니아에서는 좀처럼 쉽게 볼수 없을 정도로 오래된 건축물들이 많아 사진 소재로 그만이다. 결혼식이나 약혼식 커플들도 종종 눈길을 끈다. 해가 저물기 시작하자. 각자 돌아온 길로 떠나려는 이들이 플랫폼에 모여든다. 사는 위치나 타고 온 기차에 따라 사람들의 발길도 제각각. LA로 향하는 막차인 오후 6시3분차를 기다리며 작은 벤치에 앉아본다. 어둠 넘어 저편으로 메트로링크가 경적을 울리며 플랫폼으로 들어온다. 떠날 때 앉았던 2층 자리에 올라 이번엔 밤풍경을 즐기며 기차에 몸을 맡긴다. 오후 7시40분 즘 지나자 저 멀리 환하게 불을 밝힌 다운타운LA의 마천루가 돌아오는 길을 반긴다. 그렇게 기차는 다시 유니언 스테이션에 도착. 오늘의 일정을 마무리한다.
운전을 하지 않았기에 몸과 마음이 편하다. 떠날 때 가지고 나왔던 한권의 책도, 어느새 절반이나 넘게 읽었다. 서른곡이나 MP3로 담아온 노래도 원 없이 들을 수 있었고, 무엇보다 평소에 생각하고 싶었던 것들을 꺼내어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 됐다. 이 모든 것을 단 10달러로 즐길 수있었다니, 로스앤젤레스에 사는 또 다른 즐거움을 발견한 듯 뿌듯함이 든다. 기차로 떠나는 여행을 생각할 때 보통은 암트렉을 많이 떠올린다. 하지만 LA 근교를 가볍게 다녀올 계획이라면 메트로링크 주말 티켓을 권해본다. 10달러 티켓은 1000달러 이상의 즐거움을 당신에게 안겨줄 것이다.
* 포스팅에 소개된 기차 시간은 공휴일 또는 주말 등 메트로링크 사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출발 전에 메트로링크 웹사이트를 통해, 출발역과 도착역을 확인하신 뒤 시간을 꼭 챙겨보세요. 열차 안에도 종이로된 시간표가 있으니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메트로링크 웹사이트 : http://www.metrolinktrains.com/
메트로링크 이용하기 - 광역기차로 오렌지카운티에서 LA 찾아가기 (6) | 2015.01.0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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