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OMISAN RESTAURANT @ BOYLE HEIGHTS, CA
LA 이웃한 보일하이츠에 마지막 남은 정통 일본식당
글/사진 LA폴
LA폴입니다. 오늘은 조금 의미있는 일본 식당을 찾아가볼려고 합니다. 바로 보일하이츠(Boyle Heights)에 자리한 오토미산(OTOMISAN) 일본 식당입니다. 우리말로 ‘오토미 씨 식당?’이라고 해석해야 할까요…, 그런데 제가 보일하이츠에 있는 무엇인가를 소개하면 분명 누군가는 그 위험한 동네를 왜 소개하냐고 딴지 걸지 모릅니다. 지난번 저녁에 백인 엄마가 아기 유모차를 끌고 다닐만큼 변한 하이랜드 파크를 소개했더니 시대의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이들로부터 적지 않은 댓글을 받았지요. 세상에 100% 안전한 곳은 없습니다만, LA 살면서 20년 동안 헐리우드 한번 못가본 이들에게는 한인타운 자기집 앞마당이 제일 안전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여하튼 서론이 길었네요.
물론 하이랜드 파크만큼 보일하이츠가 아직 힙하게 뜨거나 안전하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그렇지만 현재 공사 중인 6가 다리가 곧 완공을 앞두고 있고, 1가 다리 하나 건너 마주한 아트 디스트릭트가 포화 상태인 것을 보면 곧 힙한 젊은이들이 이곳으로 건너올 것이란 전망은 그리 비관적은 아닙니다. 실제 보일하이츠 주변으로 고급 아파트 공사가 진행 중에 있고 LA 메트로국은 전철을 타고 떠나는 여행을 장려하기 위해 보일하이츠를 지나는 골드라인에 대한 소개를 아끼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번 보일하이츠를 소개할 때는 마리아치 플라자 중심으로 뜨는 곳을 몇개 다녀와봤습니다. 그런데 이번엔 마리아치 플라자 다음역인 소토와 1가역 근처에 있는 오토미산 일본 식당을 찾아갑니다. 라티노 인구가 대부분인 보일하이츠에 무슨 일본 식당이 있다는 걸까? 처음 이 곳을 소개한 친구에게 의안한 눈빛을 보내보지만, 구글을 검색해보니 정말 일본 식당이 있네요. 그것도 이 지역에 남은 유일한 일본 식당이라고 하니 더욱 눈길을 끕니다.
식당 주변으로 주차가 편치 않을 것 같아 리틀도쿄역에서 골드라인을 타고 찾아갑니다. 2개의 역을 지나 소토 1가역에 내리니, 아주 멋진 문구를 담은 벽화가 눈길을 끄네요. 사실 보일하이츠 주변으로는 벽화나 길거리 아트가 정말 많습니다. 곧 아트 디스트릭트에 이어 또 하나의 예술가촌이 될 것이란 예감이 드네요. 역에서 나와 1가를 따라 두블럭을 걸어가면 메튜 스트리트가 나옵니다. 그리고 곧 빛바랜 노란 간판이 눈길을 끄는데요, 거기에는 OTOMISAN 이라는 반가운 문구가 보입니다.
겉에서 볼 때 “이거 가게 문을 연거야?”라는 의심이 듭니다. 식당은 운영 시간이 한정적입니다. 일요일에는 문을 닫고, 평일에는 오전 11시30분부터 오후 2시까지 점심을 팝니다. 다시 오후 4시30분에 문을 열고 오후 8시까지 장사를 합니다. 이곳을 찾아가실 때는 꼭 웹사이트를 통해 영업 시간을 확인하세요. 거의 오전 11시30분에 도착한 저는 용기있게 문을 열어 봅니다. 안에서 주인장이 반갑게 손님을 맞이하네요. 제가 토요일 첫 손님인 것이 분명합니다. 가게는 정말 작습니다. 일본 여행을 갔을 때 군마 지역 시골에 자리한 그런 동네 식당을 온 것 같은 느낌도 물씬 풍기네요. 보일하이츠라는 다소 낯선 동네에서, 집과 같은 편안한 느낌이 무척 좋습니다.
오토미산의 주인장은 현재 야오이 와타나베 씨(사진 아래)입니다. 그런데 이 분 사연을 살펴보니 이 식당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집니다. 본래 이 식당은 지금과 같은 자리에서 1965년 오토미 카페라는 이름으로 문을 열었다고 합니다. 당시에 이 지역에는 일본인들이 많이 거주했는데, 이후로 라티노들이 대거 이주하면서 다들 다른 지역으로 옮겨갔다고 하네요. 이때 몇 안되는 일본 음식을 파는 후지 카페가 있었는데, 오너가 죽으면서 이 곳도 문을 닫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때 와타나베 씨는 보일하이츠 지역에 일본 음식을 꼭 지켜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고 합니다. 그러다 오토미 카페 오너 역시 세상을 떠나게 되었고, 와타나베 씨는 오토미를 인수하겠다는 결심을 했다네요. 이 같은 이유로는 그녀의 딸의 영향력이 컸다고 합니다. 본래 와타나베 씨 역시 보일하이츠에서 세탁업을 하고 있었는데, 그녀의 딸이 어렸을 때 먹었던 일본 식당이 사라지는 것을 안타까워 했고, 와타나베 씨는 결국 이 지역에 마지막 남은 일본 식당을 지켜오고 있습니다. 사연을 듣고 있자니 뭔가 코리아타운에서는 느낄 수 없는 그런 애잔함과 고집을 느낍니다.
그렇게 지켜낸 식당은 인근 아트 디스트릭트에 힙한 청년들이 단골로 찾는 골목식당이 되었습니다. 물론 동네에 깊은 단골도 많습니다. 삐그덕 소리는 내는 톨 체어에 앉아 메뉴를 봅니다. 장어 덮밥과 스파이시 튜나 덮밥을 시켜볼려고 하니 와타나베씨가 여러 옵션을 던집니다. 알고보니 이 집의 주요 메뉴 중 재료의 싯가로 계산을 합니다. 즉 덮밥 메뉴 중에 옆에 ‘UP TO’라고 써있는 것은 현재 들어온 재료에 따라 가격이 더해진다는 뜻인데, 어찌 생각해보면 그만큼 신선한 재료를 쓴다는 것을 뜻합니다. 얼마가 더해지냐고 물어보면 친절하게 계산기를 보여주며 설명도 아끼지 않으시네요.
스파이시 튜나를 시키고 핫티를 달라고 하니, 직접 앞에서 손으로 티를 만들어주네요. 미소국이 먼저 나와 맛을 한번 봅니다. “아…” 일본인 친구와 함께 왔다면 아마 고향의 맛이라고 할 정도로 다른 일본식당에서 느끼는 맛이 아니네요. 주문한 스파이시 튜나 덮밥은 정말 푸짐하고 튜나의 신선도가 눈으로 느껴질 정도로 먹음직스러워요. 맛은 무척 정갈합니다. 제 옆에서 비벼 먹는 법을 손짓으로 설명해주시는 야요이 아주머니가 귀엽기도 하네요. 제가 일본어를 조금 잘할줄 알면 좋겠다는 아쉬움이 듭니다.
맛있게 덮밥을 먹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어느새 식당에 손님이 하나둘 문을 열고 들어섭니다. 어떻게 알고들 오는지 이내 이 작은 카페가 꽉 차네요. 다음에 조금 더 다양한 메뉴를 시켜먹고 싶은 욕심이 듭니다. 내놓으라고 하는 LA의 일본 식당을 두루 다녀봤지만 이 작고 아담한 가게가 주는 맛과 ‘정’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나니 오토미에 곧 다시 와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단골 삼으면 참 좋겠다는 오토미. 떠나는 발길이 참 아쉬운 식탁입니다. 골드라인 전철을 타고 오토미로 가는 자세한 방법과 안내는 아래 영상을 참고하시면 좋습니다.
OTOMISAN RESTAURANT
2506 1/2 E 1st St, Los Angeles, CA 90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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