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록 콜록", 환절기인 요즘 LA 지역에 기침으로 고생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기관지가 약하다는 건 단순히 감기에 자주 걸린다는 뜻만은 아닙니다. 아침마다 목이 칼칼하고, 먼지가 많은 날엔 괜히 불안해지고, 도심 한복판에서 깊게 숨 쉬는 일조차 작은 스트레스로 느껴질 때가 있죠. 그럴 땐 잠시라도 몸과 마음을 쉬게 해줄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합니다. 멀지 않지만 조용하고, 자연이 가까운 곳. 저는 그런 마음으로 아이들와일드(Idyllwild)라는 마을을 찾아가 보세요.
아이들와일드는 캘리포니아 남부, 해발 약 1,650미터에 자리한 산속 마을이에요. 아름다운 소나무 숲과 바위산이 어우러진 이 마을의 이름은 ‘Idyll’(이상향, 전원시)과 ‘wild’(야생, 자연)에서 유래했는데요, 단순히 낭만적인 이름 그 이상의 이야기를 품고 있습니다. 20세기 초, 결핵이 만연하던 시기에는 맑은 공기와 햇볕이 최고의 치료법으로 여겨졌습니다.
결핵 환자들을 위한 요양소였던 마을
지금도 여전한 치유가 남다른 지역적 환경
이때 의사들과 환자들은 해발이 높고 공기가 맑은 산악지대를 찾아 나섰고, 아이들와일드는 바로 그런 요양지 중 하나로 주목받기 시작했죠. 당시 이곳에는 결핵 환자들을 위한 요양소와 산장들이 하나둘 세워졌고, 사람들은 숲속에서 햇볕을 쬐며 조용한 치유의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 흔적은 지금도 마을 곳곳에 남아 있고, 아이들와일드라는 이름 속에도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야생 속의 이상향’이라는 뜻처럼, 이 마을은 자연과 가장 가까운 방식으로 회복을 제안합니다.
74번 도로를 따라 차를 몰고 산길을 오르다 보면 어느 순간부터 공기가 달라졌다는 걸 느끼게 됩니다.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풍경이 점점 푸르게 짙어지고, 숨을 들이쉴 때마다 공기가 더 가볍고 시원하게 폐 속으로 들어오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마치 몸 안이 천천히 정화되는 것 같았어요.
퍼컨 소나무(Ponderosa Pine)와 제프리 파인(Jeffrey Pine)
아이들와이들에서만 만나는 특별한 이유
이 마을을 감싸고 있는 소나무들도 특별합니다. 퍼컨 소나무(Ponderosa Pine)와 제프리 파인(Jeffrey Pine)이라고 불리는 고산지대 특유의 소나무들은 껍질에서 은은한 바닐라 향이 나고, 공기 중엔 피톤치드가 풍부하게 퍼져 있어요. 숲길을 천천히 걷다 보면 향긋한 나무 냄새와 맑은 공기에 저절로 깊은 숨이 나옵니다. 억지로 숨을 쉬지 않아도, 몸이 먼저 알아서 숨을 돌리는 그런 순간이 찾아옵니다.
아이들 와일드에서 가장 번화가인 파인 코브(Pine Cove)에는 숙소와 더불어 갤러리, 카페 등도 많습니다. 이곳에서 숙박 정보를 얻으면 비교적 쉽게 나에게 맞는 숙소를 알아낼 수 있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조용한 통나무 캐빈에서 시간을 보내시길 바래요. 제가 머문 곳도 사방이 나무로 둘러싸인 숙소는 마치 숲 속의 작은 트리하우스처럼 느껴졌고, 테라스에 앉아 차를 마시며 멍하니 숲을 바라보는 시간이 참 소중하게 다가왔습니다. 밤이 되면 장작을 피우고 별빛을 바라보며 하루를 마무리했는데, 그 고요함 속에서 시간이 아주 천천히 흐르는 듯했어요.
아침 식사는 마일 하이 카페(Mile High Cafe)
아침 식사는 마일 하이 카페(Mile High Cafe)라는 아담한 식당에서 했습니다. 현지인과 여행자 모두에게 사랑받는 공간답게 따뜻하고 편안한 분위기였고, 주문한 오믈렛과 수프는 단순하지만 정성스러웠습니다. 몸이 안에서부터 따뜻해지는 기분이 들었고, 이런 사소한 한 끼조차도 몸이 편안해야 비로소 제대로 느껴진다는 걸 새삼 깨달았어요.
그리고, 이 마을의 자연을 조금 더 알고 싶다면 아이들와일드 네이처센터(Idyllwild Nature Center)에 꼭 들러보시길 추천드려요. 지역의 식생과 동물, 지질, 그리고 이곳 소나무 숲의 생태를 설명해주는 작은 전시관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트레일 입구에 자리한 이 센터는 단순한 관광지 이상의 의미를 줍니다. ‘왜 이 숲이 사람에게 치유가 되는지’, ‘왜 이 공기가 다르게 느껴지는지’를 조금 더 명확히 이해할 수 있게 되더라고요.
아이들와일드는 단순히 공기 좋은 여행지가 아닙니다. 도시의 빠른 호흡 속에서 지친 몸과 마음이 아주 천천히, 본래의 리듬을 회복해가는 공간이에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그냥 그곳에 머물기만 해도 몸이 먼저 쉬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반가운 건, 이곳이 LA에서 단 두 시간 거리라는 사실이에요. 생각보다 훨씬 가깝습니다. 주말을 이용해 가볍게 다녀오기에도 부담 없고, 멀리 가지 않아도 깊은 쉼을 누릴 수 있다는 점에서 참 고마운 곳입니다.
숨이 답답한 날, 아이들와일드를 떠올리게 될 것 같아요. 이곳은 숨 쉬는 법을 다시 가르쳐주는 마을입니다. 아주 조용하고 부드럽게, “괜찮아요. 이제 좀 쉬어도 돼요.”라고 말해주는 그런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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