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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포니아 도시 이야기/오렌지 & 리버사이드 카운티

샌 후안 카피스트라노(San Juan Capistrano) - 기차로 찾아 떠나는 캘리포니아 미션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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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an Juan Capistrano ]


메트로링크 또는 암트랙으로 찾아갈 수 있는 나들이 명소. 캘리포니아 미션의 보석이라는 별명이 있는 샌후안카피스트라노 미션 투어. 봄철 제비축제도 볼거리. 로스 리오스 맛집거리에는 갤러리와 찻집 만날 수 있어. 





가주 여행을 생각할 때 한번은 기차여행을 생각해 보는 것도 좋겠다. 기차로 갈 수 있는 여행지는 생각보다 훨씬 다양하고 접근할 수 있는 지역도 의외로 많다. 여기서 말하는 기차는 스테이트를 넘어서 갈 수 있는 대륙 종횡단 열차가 있고, 캘리포니아 해안을 따라 달리는 퍼시픽 서플라이너, 그리고 오렌지카운티 등 다른 대도시를 잇는 메트로링크라는 광역열차가 있다. 시간과 돈의 여유가 있다면야 종횡단 열차에 몸을 실어보는 것도 좋은 경험일테지만, 남가주 일대를 당일로 돌아볼 수 있는 태평양 연안코스나, 도시간 광역열차를 이용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지난번 소개됐던 샌루이스오비스포, 혹은 샌클레멘테 같은 곳은 기차로 갈 경우에 쉽고, 즐거운 추억을 만들 수 있는 코스였다. 

 




이번엔 기차역 자체도 하나의 볼거리인, 꽤 근사한 유적지를 하나 소개해 볼까 한다. 바로 샌후안 카피스트라노(San Juan Capistrano)다. 이름도 길고 어려워서 발음하기도 쉽지 않다. 오렌지카운티 끝자락에 자리한 이곳 주변으로는 데이나 포인트, 라구나비치, 오션사이드 같은 유명한 관광지가 있어서 지나치기 쉬운 위치에 자리해 있다.하지만 샌후안 카피스트라노는 꼭 내려서 둘러볼만한 가치가 있는 곳인데, 바로 미션 샌후안 카피스트라노, 제비축제, 원주민 박물관 등 이 땅의 역사를 공부하려는 이들에게 소중한 가치를 지녔기 때문이다.


샌후안 카피스트라노를 가기 위해 LA 유니온스테이션에서 오전 9시45분발 퍼시픽 서플라이너 샌디에고 방향 기차에 몸을 싣는다. 1시간 가량, 지루한 내륙 도시들을 지나다 보면 얼바인을 지나 저 멀리 데이나포인트 바닷가가 보일 때쯤 샌후안 카피스트라노에 도착하게 된다. 작은 역이라고 하지만, 역 주변에서 부터 그리스 신전 혹은 유럽의 어느 유적지에 도착한 듯한 범상치 않은 분위기가 엄습한다. 건축양식을 잘은 모르지만, 이곳 미션 처치는 그리스-로만 양식으로 지어졌었다고 전해진다. 





기차역에서 내려, 주차장을 지나 도로로 나가면 맞은편에 샌후안 카피스트라노 미션이 매우 가까이 자리해 있다. 여기서 잠시 캘리포니아의 미션에 관한 사전지식을 알아두면 방문하기 전 도움이 될 지 모르겠다. 16세기 스페인 정복자 후안 카브릴로 로드리게스가 캘리포니아 대륙에 첫발을 내디딘 후로 스페인 프란체스칸 수도사들은 1700년대부터 1세기간 동안 캘리포니아에 미션을 세우기 시작했다. 그 미션의 목적은 크게 두 가지. 지역민을 교화시켜 스페인 영향권 아래 두려는 것과, 총칼이 들어가기 전에 정복의 전초 기지 역할이 그것이다. 


이 미션들은 엘카미노(왕의길)라는 길을 따라 샌디에고에서부터 저 멀리 샌프란시스코 소노마까지 21개가 세워지게 된다. 길이만 900킬로미터, 닦아 놓은 왕의길은 이후로 유명한 101 하이웨이의 근간이 되었고, 미션들은 각 지역에서 대표적인 도시가 생길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그런 점에서 캘리포니아의 역사와 이들 미션과의 관계를 꼭 카톨릭이라는 종교적인 의미로만 여길 것이 아니라, 사회와 문화, 그리고 역사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현장으로 보면 좋다.                                      


그 많은 미션들 중 유독‘미션의 보석’이라고 불리는 곳이 있는데 그곳이 바로 이‘미션 샌후안 카피스트라노’다. 21개 미션 중 일곱번째로 세워진 곳으로 1776년 지오바니 카피스트라노 신부의 이름을 따서 세웠다. 그는 15세기 유명한 이탈리안 신부로 알려져 있다. 샌후안 카피스트라노 미션은 추후에 이 지역 도시 이름이 될 만큼 건립 당시 규모와 시설면에서 최고라고 평가된다. 그래서 일까, 







입장료도 성인 1인당 9달러로 다른 미션들에 비해 비싼 편에 속한다. 하지만 비싼 값을 한다고 하니, 주저없이 들어서 본다. 입구에서 필요하면 청각 자료가 담겨있는 헤드셋을 받을 수 있다. 이것을 듣고 다니면, 가이드가 필요없겠다. 너무 큰 기대를 하고 와서인지, 사실 겉으로 볼때는 웅장하거나 화려하지는 않은 것 같다. 이유를 보았더니, 그 옛날 이 미션을 대표하던 그레이트 스톤처치가 1812년 엄청난 지진으로 인해 무너지고, 그 잔해 일부가 남아서 지금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이곳에 자리한‘세라의 예배당’은 당시 모습을 느껴보고자 하는 이들에겐 좋은 기회가 된다. 세라의 예배당은 캘리포니아 미션을 진두지휘한 후니베로 세라 신부가 설교한 것 중 남아있는 유일한 건물로 현존하는 캘리포니아 예배당 중 가장 본연의 모습을 지닌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안채와 뒷뜰의 조경, 그리고 연못도 이곳 미션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무너진 건물 잔해들 사이로 아직 모습을 간직한 곳들 앞에서면 타임머신으로 타고 1700년대로 돌아간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미국안에서 이런 느낌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정말 이색적인 경험이다. 미션 안에는 당시 이 지역 원주민들의 생활과, 스페인 선교사들이 어떻게 이들과 어울리고, 미션을 수행했는지에 대해 자세하게 기록된 박물관이 자리해 있다. 다양한 미니어쳐로 당시 생활상과 미션의 역사를 공부하는데 좋은 자료가 된다.





한가지 더 재미있는 이곳 미션의 볼거리는 바로 제비축제다. 저 멀리 남미 끝에서부터 1만 킬로미터를 날아온 제비들이 따뜻함과 먹을 거리가 많은 이곳 미션 지붕 밑에 집을 짓고 연례적으로 날아들었다고 한다. 대체로 3월에 와서, 10월에 떠나는 제비들은 꼭 이곳으로만 찾아든다고 하니, 정말 신기하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샌후안 카피스트라노시에선 매년 봄 시즌에 제비축제를 열고 있다. 





 

오전 11시30분즘 부터 둘러본 여정은 이제 2시를 가리킨다. 돌아가는 열차는 오후 4시19분으로 잡아두었으니, 출출함을 달래기에 조금은 여유가 있다. 미션주변으로는 역사와 분위기를 갖춘 카페와 레스토랑이 몇몇 자리잡고 있다. 가장 멋있는 곳은 샌후안 카피스트라노 기차역과 바로 붙어있는 빈티지 스테이크 하우스로, 엔틱한 창문 사이로 기차가 오고 가는 모습과, 플랫폼의 전경을 함께 감상하면서 식사를 할 수 있다.

 

 











조금 가벼운 식사를 원한다면, 라모스 하우스 카페도 좋다. 1881년에 지어진 이곳은 당시 역사와 함께 엔틱한 분위가 입맛을 돋군다. 시원한 야외 테이블에선 역시 기차가 지나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음식 가격은 생각보다 만만치 않다. 남은 기차 시간 동안 정말 가볍게 쉬고자 한다면, 티하우스를 강력하게 권해본다. 티하우스는 미션 주변으로 조성된 로스리오스 미션거리에 있는 찻집으로, 정말 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는 엔틱한 티팟과 찻잔이 제공되며, 차맛도 일품이다. 차 한잔과 함께 주문한 스콘은 유기농 잼과 더불어 최고의 조합이다.

 





이제 기차를 타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시간. 시원한 바닷가나, 멋진 산을 본 것도 아닌데, 뭔가 가득 안고 돌아가는 느낌이다. 기차는 왕복 40달러. 요즘같이 비싼 개스값을 생각해보면 나들이 비용으로는 나쁘지 않은 것 같다. 남가주에 살면서 기차 여행을 해보지 않으면 정말 아까울 것 같다. 1시간 가량이면 닿을 수 있는 이런 곳들은 꼭 한번 들러보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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