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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포니아 도시 이야기/샌디에고 카운티

호텔 델 코로나도(Hotel Del Coronado) - 왕자와 이혼녀의 사랑. 세기의 로맨스가 있었던 바로 그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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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부 캘리포니아에서 가장 로맨틱한 호텔  ]


수 많은 스캔들의 장소. 그럴만한 이유가 있는 곳.


Hotel Del Coronado, San Diego





LA 폴입니다. 요즘 부쩍 남부 캘리포니아 여행 문의가 많이 들어옵니다. 아무래도 여름 휴가로 미국을 찾는 이들이 점점 더 많아지는 모양입니다. 요즘 저는 많은 분들에게 샌디에고를 강하게 권하고 있습니다. 이유는 철저히 개인적입니다. 캘리포니아의 많은 도시를 돌아봤지만 샌디에고에서 만큼은 발길이 쉽게 떨어지지 않습니다. 하나하나 다 담아두어도 그 어느하나 아깝지 않더군요. 


그 중에서도 기회가 된다면...아니 기회를 만들어서라도 가보시길 바라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샌디에고에서 가장 많은 염문설을 만들어 냈다는 호텔 델 코로나도 입니다. 가깝지 않은 거리. 부담스러운 숙박비. 막상 도착해보면 건물 밖에 볼 것이 없다고 느낄 정도로 심심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호텔 델 코로나도는 일반적인 여행지와는 달리 나의 삶을 19세기 부유한 빅토리안 시대로 날려주는 묘한 기운이 있습니다. 그 비밀이 과연 무엇일까요? 코로나도 호텔 로비에 서서 그 궁금증을 나누어 보려 합니다.


파티 준비에 한창인 코로나도 호텔 중앙 광장. 


이 멋진 빅토리안 스타일의 호텔은 지난 1888년 처음 문을 열었다고 합니다. 한국에서 올림픽이 열렸던 때보다 100년 뒤에 미국에서는 이런 호텔이 생겼다는 것이죠. 처음 문을 열 당시에는 세계에서 가장 큰 호텔로 여겨질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고 합니다. 그런 이유에서인지 당시 세계각국 정상들은 물론 연예인들까지 이곳을 찾는 것을 최고로 생각했다고 하네요. 








코로나도 비치 인근에 차를 세우고 호텔을 향해 걷습니다. 호텔까지 이어진 산책로는 오른편으로는 파란 태평양이 보이고, 왼편으로는 멋진 빌라가 줄지어 서있습니다. 이 빌라들은 대통령 또는 유명인사들이 휴가를 올 때 전체를 사용한다고 하네요. 그만큼 프라이빗하고 최고급 시설이라는 것이 느껴집니다. 


저런 곳에는 과연 누가 머물렀단 말인가요? 이 호텔은 스타와 유명인사들의 염문설로도 유명합니다. 그중에서도 영국 에드워드 왕자와 월리스 심슨과의 일화가 꽤 유명합니다. 1920년 4월 7일, 크라운룸에서 있었던 뱅큇에 참석한 에드워드 왕자는 그 자리에서 월리스 스펜셔 양을 만나게 됩니다. 월리스 심슨으로 알려진 그녀는 당시 코로나도에 살고 있었다고 하네요. 야사에서는 이들이 이 호텔에서 만나 사랑을 나누게 됐다고 하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고들도 합니다. 


중요한 것은 이 둘의 만남은 코로나도의 황홀함 때문인지, 결국 결혼까지 발전하게 됐고 영국 왕실에서는 이 둘의 결혼을 반대했다고 하네요. 그래서 에드워드 왕자는 왕위를 남동생인 조지 6세에게 물려주고 자신은 윈저공으로 신분을 내리기까지 했답니다. 영국 왕족의 계승자와 이혼녀와의 사랑. 당시로서는 정말 로맨틱한 이슈임은 분명했다고 하네요. 이 호텔, 어디에서 그런 로맨틱한 사랑을 가능하게 한 것일까요?









호텔 내부로 향할수록 멀리서 보던 것과는 달리, 그 정교함과 고급스러움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습니다. 그래서일까요. 델 호텔은 유독 유명인사가 찾은 것으로 유명한데, 그 중에서는 우리가 아는 사람만 해도 수없이 만다고 합니다. 전기를 발명한 토마스 에디슨부터 찰리 채플린, 제임스 스튜어트, 케빈 코스트너, 우피 골드버그, 진 헤크먼, 조지 해리슨, 브래드 핏, 오프라 윈프리 등 각 계층의 셀레브리티는 물론이고, 벤자민 헤리슨, 프랭클린 루즈벨트, 존에프케네디, 리차드 닉슨, 제네럴 포드, 로널들 레이건, 조지 부시, 빌클린턴, 버락 오바마 대통령 등 전, 현직 대통령들도 두루두루 거쳐간 아주 귀한 호텔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이 호텔을 대중들에게 일약 스타로 만든 것은 마릴린 몬로의 영화 <뜨거운 것이 좋아>의 배경이됐기 때문입니다. 그 외에도 여러 영화와 드라마의 배경으로 호텔은 자리잡게 되었다네요. 제가 영화 감독이라고 해도, 이곳에 오면 어떤 영화를 찍어야 할지가 벌써 머리속에 그려집니다. 











영화 속 주인공처럼

한잔의 마가레따가 그리워지는 곳


안으로 들어서면 밖에서 보던 것과는 달리 엔틱함 그 자체가 묻어납니다. 눈에 보이는 하나하나 모두 새것보다는 오랜 세월을 거쳐 다듬어온 듯한 깊은 그윽함이 느껴집니다. 빅토리안 풍의 스타일은 유지하면서 객실은 대부분 업그레이드를 거쳤다고 합니다. 평균 하룻밤 가격은 작은방이 약 300달러 정도. 미국 호텔 평균 가격과 비교하면 그리 싼 편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 정도 가치를 내고 지낼만하냐고 물으면 무조건 그래야 한다고 답하고 싶군요. 


로비에는 프런트 데스크와 고급 상점이 있고, 지하로 내려가면 아케이드가 있습니다. 아케이드 끝으로 나가면 수영장과 선데크라는 야외 식당을 만나게 됩니다. 로비에서 밖으로 나가면 비치쪽에서 보았던 중앙 건물 아래 자리잡은 여러 식당들로 들어서게 됩니다. 바닷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오는 곳에서 마가레따 한잔이 정말 땡기더군요. 






  

다음 행선지가 있어 시간을 지체하기가 어려워 이 아쉬운 것들을 잠시 남겨두고 떠나옵니다. 선데이 브런치가 특히 맛있다고 하는데, 다음엔 꼭 주말을 껴서 한번 머물러봐야겠습니다. 호텔을 구석구석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큰 재미가 되는 이곳은 머리 속에 장면 하나하나가 길게 남습니다. 호텔에서 나와 광장을 거쳐 바다를 바라보며 잠시 지친다리를 쉬어봅니다. 


겨울과 샌디에고는 좀 거리가 먼 여행지인 듯하지만, 이곳은 오히려 크리스마스 시즌에 찾으면 훨씬 더 아름답다고 하네요. 호텔 특유의 시그니처가 된 크리스마스 트리는 죽기 전에 꼭 봐야할 것들 중 하나라고도 합니다. 실제 토마스 에디슨은 이 호텔에서 세계최초의 점등식 버튼이 달린 트리 장식을 최초로 켯다고도 하네요. 아케이드에 쭉 전시된 호텔의 역사와 거쳐간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를 보고 있자면 머리속이 든든해지는 느낌입니다. 


아직 휴가를 떠나지 못한 이들이 여행지를 추천해달라고 합니다. 조금 무리가 되지 않는다면, 샌디에고를...그 중에서도 호텔 델 코로나도에서의 하룻밤을 꼭 권해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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