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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포니아 도시 이야기/샌디에고 카운티

씨그로브 파크(SeaGrove Park), 델마 샌디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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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샌디에고의 숨겨진 보석, 시그로브 파크 ]

기찻길과 바다. 절벽 위를 걷는 멋이 있다.

시그로브 파크(SeaGrove Park, Del Mar)








샌디에고 만큼 유명하면서도 잘 알려지지 않은 명소도 드문 것 같다. 우리가 보통 떠올리는 샌디에고의 볼거리는 씨월드, 레고랜드, 또는 동물원? 아마 이 정도가 아닐까 싶다. 하지만 로스앤젤레스에서 샌디에고를 잇는 5번 사우스 프리웨이가 지나는 곳곳에 자리한 도시들만 살펴봐도 샌디에고의 숨겨진 매력을 만날 수 있다. 대표적인 곳으로 엔시나타스(Encinatas), 솔라나(Solana), 그리고 오늘 만나보는 델마(Del Mar)가 아닐까 싶다. 





샌디에고 카운티에 속한 델마는 인구 4천이 조금 넘는 정말 작은 도시다. 그럼에도 미국인들에게 델마는 매우 흥미로운 도시로 손꼽힌다. 그 이유는 델마에 자리한 경마 경기장 때문. 이곳에 자리한 레이스 트랙은 미국내에서도 손꼽히는 아름다운 전경을 갖춘 것으로도 유명하다. 이유는 델마라는 이름에서 엿볼 수 있다. 델마는 스페인어로 '바닷가옆의' 라는 뜻을 담고 있다니, 이 곳에 있는 모든 것들은 짙푸른 태평양을 끼지 않고는 이야기할 수 없다.  





델마의 대표적 볼거리는 앞서 이야기했던 레이스 트랙 외에, 60년의 역사를 가진 엔틱쇼, 델마 플라자 맛집 탐방, 서부의 그랜드 캐년이라는 토레이 파인즈 하이킹 그리고 씨그루브 공원 등이 있다. 토레이 파인즈는 많은 기독교 단체에서 창조과학의 산 증거로서 방문이 잦은 곳이기도 하다. 그 중에서 씨그루브 공원을 주목해본다. 델마로 안내하는 1번 퍼시픽코스트하이웨이를 따라 뾰족한 북유럽식 지붕 양식이 돋보이는 델마 플라자 인근에 도착하면, 15가를 따라 씨그로브 공원으로 향할 수 있다.    





남부 캘리포니아 연안에는 정말 많은 공원들이 자리해 있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씨그로브 공원이 최고라고 해도 이의가 있을까? 15가의 끝에서 기차 건널목을 지나 공원 입구에 도착한다. 파워하우스(PowerHouse) 커뮤니티 센터 앞 주차장에 차를 대고 공원으로 들어선다. 파워하우스는 옛 발전소 시설을 주민들을 위한 편의 공간으로 바꾼 것인데, 이곳에서는 다양한 뱅큇, 결혼식, 행사 등이 열린다고 한다. 


가슴이 탁 트인다는 표현 외에 달리 생각나는 말이 없다. 두 눈에 보이는 것은 푸른 잔디와 파란 바다. 그리고 자연을 벗삼아 즐기는 사람들의 밝은 모습 뿐이다. 해변과 공원 사이에는 약간의 경계가 있다. 그래서 조금은 위에서 내려다 볼 수 있기에, 시원한 느낌이 더욱 큰 것 같다. 공원 산책로를 따라 언덕위로 걸어올라간다. 푹신한 톱밥 같은 것이 뿌려져 있어, 발바닥이 아프지 않다. 곳곳에 자리한 벤치. 


모두 바닷가를 향해 놓여진 것을 보면서 델마를 찾는 이들에 대한 배려가 느껴진다. 오른편으로 바다를 접하면서 걸어가다보면 어느새 왼편으로는 기찻길이 펼쳐진다. 델마는 LA에서 샌디에고 구간을 달리는 암트렉 '퍼시픽 서플라이너'가 지나는 구간이다. 오렌지카운티의 끝자락 도시인 샌클레멘테에서도 이처럼 가까이 기찻길을 볼 수 있지만, 델마의 것이 조금 더 로맨틱하다고 할까. 낮은 절벽과 바다 사이에 놓여진 기찻길을 따라 걷고 있자니, 자연스레 옛 추억에 빠져들게 된다. 










씨그루브 공원 언덕 위로 올라오면, 시야가 한층 더 넓어진다. 바다와 공원, 하늘, 그리고 기찻길이 한눈에 들어온다. 곳곳에 자리한 거리 화가들이 눈길을 끈다. 남부 캘리포니아 해안 중 이렇게 멋진 뷰를 지닌 곳은 아마 델마가 유일할 것같다. 공원을 벗어나 15가를 따라 델마 플라자를 향해 걸음을 옮긴다. 자동차로 오면서 지나쳤던 것들이 하나 둘 모습을 드러낸다. 작고 아담한 편집샵, 잉글리시 펍, 미국식 캐쥬얼 레스토랑이 방문객을 반긴다. 델마를 알리는 안내판 옆에는 대형 아날로그 시계도 세워져 있다. 미국이 아닌, 어느 유럽의 시골 마을에 온 것만 같다. 


시계탑 옆에는 빌라 로베르지라는 무척 아름다운 호텔이 자리해 있다. 이곳은 샌디에고에서도 손꼽히는 고급 리조트로 각 방마다 벽난로는 물론 각종 편의 시설을 갖추고 있다고 한다. 로베르지에 하루 묵는다면, 델마의 묘미를 더욱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아쉬움을 다음으로 미루고, 델마 플라자를 둘러본다.   












델마 플라자는 마치 산타바바라에 자리한 덴마크 마을 솔뱅을 온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대게 스패니시 무어 양식이 대세인 남부 캘리포니아지만, 이곳만은 뾰족한 북유럽식 지붕 양식을 지닌 집들이 즐비하다. 델마 플라자에는 미서부에서도 몇개 없다는 스매시 버거집이 자리해 있다. 2층에는 약 200여명이 자리할 수 있는 오션뷰 테라스가 있어, 프라이빗 파티 장소로도 손색이 없다. 집들도, 가게도 모두가 평범하지는 않다. 플라자 건너편에 자리한 '아메리카나'라는 캐쥬얼 레스토랑에 들러본다. 미국식 전통 음식들을 맛볼 수 있다기에, 치즈버거를 시켜본다. 두툼한 패티와 함께, 한번 맛보아도 고급 치즈를 썼다는 것을 알 수 있을 정도로 깊은 맛이 느껴진다.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델마 플라자 인근을 조금 더 둘러본다. 돌아갈 시간이 됐지만, 발길이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 운동삼아 해안 절벽길을 따라 도착했던 곳을 찾아간다. 기차가 지나간지 얼마 안됐는지, 특유의 연기와 냄새가 남아있다. 짙게 물든 오후의 해가 바다에 비치니 아까와는 또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별다른 준비없이 찻은 탓인지, 델마는 자꾸만 아쉬움이 남는다. 만약 다음이 있다면, 또는 델마를 찾아가려는 누군가가 있다면 몇가지 챙겨보면 좋을 것들을 소개해본다. 가장 먼저 컵홀더가 달린 의자, 그리고 보온병에 담긴 티, 촉촉한 초콜릿 쿠키, 그리고 평온하고 잔잔한 음악. 여기에 평소에 읽고 싶었지만 오랫동안 책장에 놓여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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