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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포니아 도시 이야기/로스 앤젤레스 카운티

허모사 비치(Hermosa Beach) - 바다보다 맛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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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람이 부는 날엔 허모사 비치로 ] 


우스베이지역엔 맨하튼 비치와 레돈도 비치라는 두 개의 유명한 해변도시가 자리잡고 있다. 그래서일까? 두 개의 유명한 비치 가운데 자리한 허모사 비치는 얼핏 듣기에도 쉽게 들어오지 않는다. 그럼에도 허모사 비치를 꼭 가보라고 하는 이유는 여느 비치에서 느낄 수 없는 고즈넉함이 있기 때문. 시끄럽고, 북적대는 분위기로 가득한 바닷가를 원치 않는다면, 허모사 비치는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405프리웨이를 타고 태평양연안고속도로(PCH) 1번 사우스 방향 출구로 나와 맨하튼 비치를 지나 조금만 더 내려가면, 오른편으로 피어 애비뉴를 만나게 되고, 허모사 비치라는 작은 이정표를 볼 수 있다. 로스앤젤레스에선 30여분이면 닿을 수 있을 정도의 거리다.


피어애비뉴를 따라 예쁜 주택가를 지나, 언덕 아랫길로 접어들면 저 멀리 허모사비치의 피어가 수줍은 듯 모습을 드러낸다. 피어 애비뉴와 허모사 애비뉴가 만나는 지점은 이 작은 도시의 번화가라고 볼 수 있는 타운이 조성돼 있다. 크고 화려한 것들에 익숙한 이들이라면, 이 작고 옹기종기 모여있는 샵들과 레스토랑이 조금은 소박하게 다가오겠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볼수록 로컬 컬러를 가득 담은 액세서리나 먹을 거리 등에 이내 반하고 만다. 주차는 허모사애비뉴 길 주변으로 길게 늘어선 스트리트 파킹 혹은 빈 장소에 자리잡은 퍼블릭 파킹장을 이용하면 좋다. 그런데 도시가 작은 탓에 주차공간도 그리 넉넉해 보이진 않는다.








토요일 이른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젊은이들이 피어를 찾는다. 소박한 아이스크림가게, 서핑을 위한 보드와 보드복을 파는 가게. 그리고 낮에는 브런치를 파는 듯 보이는 맥주집들도 벌써부터 문을 열어놓았다. 광장이라고 해봐야 손바닥만한 이곳엔 아주 유명한 맛집이나 카페는 아니더라도 지역민들에겐 꽤 인기 있는 장소들이 즐비하다. 그런데 어느 하나라도 디자인적으로 흠잡을 곳은 없어 보인다. 작지만 예쁘게 꾸며진 첫인상이 반갑다. 하나씩 둘러보기로 하고, 피어부터 향해본다.


태평양의 푸른 파도와 함께 맑은 하늘이 피어를 비춘다. ‘더스트란드(the strand)’라는 조깅, 바이크, 보드 등을 탈수 있는 라인이 가까운 맨하튼 비치부터 시작해서 이곳을 지나 레돈도 비치로 향한다. 그래서일까 유난히 카페나 주스를 파는 곳에 자전거가 많다 했는데, 허모사 비치가 중간에 있는 덕분에 일종의 휴게소 역할을 하고 있었다. 피어는 여느 비치도시의 피어가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이 피어에 서면 오른쪽으론 맨하튼 비치와 저 멀리 산타모니카에서 말리부까지, 왼편으로는 레돈도 비치와 저 멀리 볼록하게 솟아나온 팔로스버디스 페닌슐라까지 볼 수 있다. 


또한 LAX와 가까이 있는 덕분에, 뜨고 내리는 항공기를 바라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이곳 피어는 7월 중순부터‘선셋 라이브’라는 콘서트가 열리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한 여름에 해지는 비치를 배경으로, 감미로운 음악과 신나는 록이 어울리는 콘서트는 LA 지역을 대표하는 이벤트로도 이름이 알려져 있다.







피어 주변으로 맛집들 중 굳 스터프(Good stuff)라는 집이 눈길을 끈다. 재미있는 건물 외관, 그리고 미모의 백인 아가씨들이 밝은 미소로 방문객을 맞이한다. 프렌차이즈이지만, LA 지역엔 이곳을 포함 4곳만 문을 열었고, 그 중에서 허모사 비치점이 가장 인기가 있다. 다양한 핑거푸드, 자전거나 걸어다니는 관광객들이 쉽게 집어먹을 수 있는 사이즈의 버거나 롤, 베이글 샌드위치 등이 눈길을 끈다.


파란색 지붕 아래, 야외 테라스에는 정말 많은 사람들이 있다. 대부분 지역민들이라기보다 맨하튼 비치나 레돈도 비치에서부터 자전거나 보드를 타고 왔다고 한다. 허모사 비치의 주요 맛집들은 주로 피어 애비뉴 주변으로 몰려있다. 차를 타고 휙 지나올 때는 보이지 않던 집들이 걸어 다니면서부터 보이기 시작한다. 독특한 지붕이 눈길을 끄는 부오나비타(Bouna Vita)라는 이탈리안 피자집은 미트볼 파스타의 맛이 일품이라고 한다. 특히 이 집은 직접 와인을 가져오더라도 별로도 와인을 따는 비용을 받지 않기 때문에, 







많은 젊은이들이나 와인 애호가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와인과 함께 찾는 지역 명소다. 밤에 이 곳을 찾는다면 아비게일(Abigaile) 레스토랑을 추천한다. 약간 언덕배기에 자리한 탓에, 저녁 시간에 바다를 보는 뷰가 일품이고, 레스토랑의 분위기도 상당히 모던하다. 소품마다 디자인적인 요소들이 돋보인다. 메뉴도 다양한데, 모로칸 스타일 양고기나, 새우 토스트 등이 평가가 좋다. 피어 애비뉴에서 가장 높은 지점에 서면, 저 멀리 예쁜 상점들과 바닷가가 함께 눈에 잡히는데, 이 모습이 허모사 비치에서 가장 유명한 뷰라고 지역민들이 알려준다. LA에서 그렇게 멀지 않은 곳에 이런 보석이 있었다. 뉴욕 맨하튼 때문에, 뭐가 있을 것 같아서 찾는 맨하튼 비치. 


한국인들에겐 대게와 횟집으로 유명해서 찾는 레돈도 비치. 그런데 중간에 낀 허모사 비치는 별 것 없어 보였지만, 막상 와보니 즐거운 눈요기가 있는 곳으로 다가온다. 무엇보다 전체적으로 차분한 분위기가 맘에 든다. 토요일 이른 점심이나, 오후 늦게 바람좀 쐬러 나가고 싶다면, 이번 주는 허모사 비치를 찾아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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