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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캘리포니아의 일상

[캘리 라이프] 미국 도심 속 동북아 문화 누려요 - 더 헌팅턴 라이브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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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untington Library

도심 속 동북아 문화를 즐기다 

 

글/사진 폴황(인스타 @CALIHOLIC)

 


거대 아시안 이민자들의 도시 중 하나인 로스앤젤레스. 그래서일까요. 이 도시의 인근에는 아시안 문화를 즐길 수 있는 다양한 볼거리들이 참 많습니다. 아시안 국가별 이민자들이 만든 타운을 비롯해 뮤지엄, 극장, 전통 시장 등 로스앤젤레스는 작은 아시아라고 해도 과언은 아닌 듯합니다. 특별히 그중에서도 한국이 속한 동북아시아 문화는 이 지역의 자랑 중 하나인데요, 이번엔 복잡한 도심 속 동북아 문화를 느낄 수 있는 명소로 찾아갑니다.  

 

 

로스앤젤레스에서 110번 프리웨이를 타고 북쪽으로 향하면 멋쟁이들의 도시 패서디나에 도착합니다. 그리고 그곳과 인접한 교육 도시 산 마리노에 가면 더 헌팅턴 라이브러리라는 아주 멋진 도서관(?)이 있습니다. 이름은 도서관이지만 사실 식물원, 정원, 뮤지엄이 하나로 묶인 복합 문화 공간인데요. 철도 사업으로 큰돈을 번 헨리 헌팅턴이 평소 좋아하던 소장품을 모아 전시하기 위해 지난 1919년 문을 열었습니다. 

 

 

헌팅턴 라이브러리는 정말 다양한 볼거리가 있습니다. 문학을 사랑하는 이들에게는 오래된 영문학 고서를 비롯해 구텐베르그의 성경 인쇄본도 자리해 있습니다. 게다가 조경을 공부하는 이들에게는 헌팅턴 라이브러리의 그 존재 자체가 살아있는 교과서입니다. 그러나 최근 코로나 19로 인해 뮤지엄 내부 관람은 임시 폐쇄가 됐고 안에서 즐기는 공간들도 약간의 제약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헌팅턴을 찾는 이유는 내부 시설보다는 라이브러리 전체 면적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정원을 보기 위해서 입니다. 이곳에는 대표적으로 중국 정원, 일본 정원, 그리고 장미 정원과 같은 크고 작은 정원이 많습니다. 그중에서도 일본 정원과 중국 정원은 복잡한 도심 속에서 동북아시아의 문화와 정서를 느낄 수 있는 귀한 곳이지요. 

 

중국 정원의 멋

먼저 중국 정원으로 향해봅니다. 이 곳은 중국이라는 크기 답게 연못이 아닌 작은 호수 크기의 수상 정원과 그 주변을 둘러싼 용 문양의 담장이 눈길을 끕니다. 또한 시설 공간마다 개방감을 키워 호수의 시원함이 건물 안으로 들어갈 수 있게 했고 처마 끝 장식은 하늘을 찌를 듯 높이 올라갑니다. 이 중국 정원에 놓은 바위들은 실제 중국의 3대 호수 중 하나인 타이후 호수에서 가져온 것들이라고 하고, 향기가 흐르는 정원이라는 별명답게 주변으로 다양한 꽃들이 장식을 이룹니다. 특히 호숫가에 놓인 연꽃은 정말 아름답네요. 헌팅턴 라이브러리 내 중국 정원은 초기 모양과 달리 몇 해 전 중국에서 직접 장인들을 데려와서 추가로 건물을 짓고 지금의 모습을 완성했다고 합니다. 

 

일본 정원의 차분한 연못
일본 정원 인근 대나무 숲 입구

 

중국 정원에서 오솔길을 따라 걸으면 이제 일본 정원에 도착합니다. 중국 정원이 스케일과 동적인 느낌을 준다면, 일본 정원은 차분함과 정적인 정서가 방문객을 반깁니다. 아담한 연못에는 아치 다리가 놓여있고 그 밑으로 사람들이 그늘에서 휴식을 취합니다. 코로나 19로 인해 일본 정원 역시 일방통행으로 관람을 해야 합니다. 바닥에 놓여진 방향을 따라 걷다 보니 어느새 대나무 숲길에 도착합니다. 빽빽한 숲을 지나 일본 정원을 내려다보는 위치에 서니 정말 아름다운 풍경이 눈앞에 펼쳐집니다. 눈으로 보는 멋이 있는 중국 정원과 달리, 일본 정원은 마음으로 보는 멋이 있습니다. 

 

 

그런데 중국과 일본 정원을 돌아보면서 내내 아쉬움이 큽니다. 왜 한국 정원은 없는 것일까요? 그러고보니 미국 내 뮤지엄이나 식물원에는 일본 또는 중국 정원은 종종 자리해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 정원이 없다는 것은 너무나 아쉽네요. 미국인들에게 한국이라고 하면 항상 빠르고, 신나고, 케이팝과 같은 것만 떠오를 텐데, 정작 한국만의 고유문화를 알리는 데 있어서는 너무 부족하다는 생각이 큽니다. 일본과 중국 정원 근처에 광한루나 태화루 등을 기대하면 너무 무리일까요? 제가 천만장자였으면 이곳에 꼭 짓고 싶은 욕심이 생깁니다. 

 

코로나 19로 인해 잠시 문을 닫은 티 하우스

 

헌팅턴 라이브러리는 사실 조금 비싼 가격과 함께 항상 붐비는 사람들로 방문하기가 쉽지 않은 곳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코로나 19로 인해 방문객이 줄고 조금 쾌적한 분위기 속에서 즐길 수 있다는 장점도 있네요. 방문은 멤버의 경우는 온라인을 통한 예약을 해야 하고, 일반인 경우는 온라인을 통한 티켓 사전 구매를 해야 합니다. 또한 라이브러리 내부에서도 코로나 19 방역 수칙, 얼굴 가리개, 사회적 거리 두기 등을 꼭 지키면서 관람하셔야 한다는 것도 잊지 마세요. 

 

문의: https://www.huntington.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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